113년 전 오늘 세워진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날' — 그날, 데스밸리는 그만큼 덥지 않았다 — Woody Magazine, 2026년 7월 10일
113년 전 오늘 세워진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날' — 그날, 데스밸리는 그만큼 덥지 않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국립공원, 퍼니스 크리크 방문자 센터의 기념품 가게에는 "134"라고만 적힌 티셔츠가 걸려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리뷰저널이 이 가게의 간판 상품으로 전한 물건입니다. 다른 설명은 붙어 있지 않습니다. 그 지역에선 필요가 없으니까요. 화씨 134도, 섭씨로 56.7도. 1913년 7월 10일, 113년 전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측정된, 세계기상기구(WMO)가 공인한 지구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그대로 믿는 기상학자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 지난가을 미국기상학회보(BAMS)에 실린 논문은 제목부터 단도직입입니다. "데스밸리의 환영(Death Valley Illusion)." 그날 데스밸리는 그만큼 덥지 않았고, 세계 기록은 취소되어야 한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기념품 가게 티셔츠가 자랑하는 그 숫자를, 학계는 지우려 하고 있습니다.
기록의 현장은 관측소라기보다 목장이었습니다. 해수면보다 54미터 낮은 분지에 자리한 그린란드 랜치. 미국 기상국이 1911년 이곳에 표준 관측 셸터를 세우긴 했지만, 온도계를 읽고 장부에 적는 일은 목장 감독 오스카 덴턴의 몫이었습니다. 기상 전문가가 아니라 사막 한가운데서 목장을 돌보던 사람이 세계 기록의 첫 관측자였던 셈입니다.
1913년 7월, 그의 장부에는 믿기 어려운 숫자가 연달아 등장합니다. 10일 화씨 134도, 12일 130도, 13일 131도. 문제는 이 숫자들이 맞는지 틀리는지 대조할 방법이 없었다는 데 있습니다. 당시 데스밸리 주변 250킬로미터 안에 관측소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고, 그마저 전부 고도가 훨씬 높은 곳에 있었습니다. 계곡 바닥의 값이 이상하다고 말해 줄 이웃이 없었습니다. 그 침묵이 이 숫자를 113년간 지켜 줍니다.
의심은 일찍 시작됐습니다. 기록이 나온 직후인 1915년에 벌써 그날 이 지역에 특별한 열파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1949년에는 기상학자 아널드 코트가 다른 각도를 짚었습니다. 모래폭풍이 과열된 지표 물질을 셸터 안으로 날려 넣어 온도계를 끌어올렸을 거라는 겁니다. 2016년에는 기상 기록 연구자 크리스토퍼 버트와 데스밸리 기후를 30년 파고든 윌리엄 리드가 공동 조사 끝에 기상학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값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하지만 의심은 여전히 의심이었습니다. 그날의 진짜 기온을 알려면, 없던 대조군을 만들어 내야 했습니다.
지난가을 리드가 앨라배마대학교 헌츠빌의 로이 스펜서, 존 크리스티와 함께 쓴 BAMS 논문이 그 대조군을 만들었습니다. 방법은 단순하지만 집요합니다. 1923년부터 2024년까지 102년 치 7월 자료로 기온감률을 계산했습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얼마나 내려가는지, 산을 오를수록 서늘해지는 그 정도를 수치로 굳힌 환산표입니다. 여기에 주변 고지대 관측소들의 1913년 7월 10일 값을 대입하면, 계곡 바닥의 그린란드 랜치가 그날 몇 도였어야 하는지가 역산됩니다. 1913년에는 없던 이웃을, 100년 치 데이터로 뒤늦게 세워 준 것입니다.
답은 화씨 약 120도, 섭씨 48.9도였습니다. 공식 기록보다 7.8도 낮습니다. 물론 그것도 살인적인 더위지만, 세계 기록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렇다면 덴턴의 장부는 왜 134까지 치솟았을까. 연구진이 재구성한 사정은 이렇습니다. 이 목장에는 1890년대부터 베란다에 매단 온도계로 쟀다는 화씨 135도짜리 소문이 떠돌았고,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라는 명성은 지켜야 할 자산이었습니다. 논문은 덴턴이 규정대로 설치된 셸터의 값 대신, 출처를 알 수 없는 그 베란다 온도계의 값을 장부에 옮겨 적었을 가능성을 지목합니다. 셸터 자체의 위치도 석연치 않습니다. 처음엔 관개 수로가 지나는 밭 가장자리, 오히려 서늘한 자리에 서 있었는데, 이후 사진들은 덴턴이 승인도 기록도 없이 이 셸터를 맨땅 위 더 뜨거운 자리로 옮겼음을 시사합니다. 자리를 옮겼다는 사실만으로 134도가 설명되진 않지만, 규정을 벗어난 관측이 반복됐다는 정황은 됩니다.
결정적인 정황은 그 뒤의 침묵입니다. 이후 113년 동안 데스밸리는 단 한 번도 그 근처에 가지 못했습니다. 화씨 130도를 다시 본 것조차 2020년이 처음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가 100년 넘게 자기 기록을 스스로 깨지 못했다면, 그 기록을 의심하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1913년 7월의 그 한 주만, 지구 기온사에서 홀로 솟아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그날은 얼마나 더웠나'에 대한 답이라면, 남는 질문은 하나 더 있습니다. 그 숫자를 적은 사람은 믿을 만했나. 덴턴의 장부에는 다른 흔적도 남아 있습니다. 논문은 1918년 7월, 31일 중 22일의 최고 기온이 5의 배수(105도·110도·115도…)로 적혀 있었다는 점을 짚습니다. 102년 평균으로는 한 달에 6.7일뿐입니다. 온도계를 정확히 읽은 게 아니라 눈금을 어림해 반올림한 정황입니다. 세계 기록을 남긴 그 손이, 몇 해 뒤에는 눈금을 대충 굴리고 있었던 셈입니다. 실제 기온과 관측자, 두 갈래 의심이 같은 하나의 숫자를 향합니다.
여기서 이런 반문이 나올 만합니다. 그래도 WMO가 공인한 기록인데, 연구자 몇 명이 흔든다고 지워지나. 맞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질문 안에 이 이야기의 진짜 구조가 있습니다. 세계 기온 기록에는 공식 관리자가 있습니다. WMO의 기상·기후 극값 아카이브입니다. 기록이 이 명부에서 사라지는 길은 딱 두 갈래입니다. 더 높은 숫자가 심사를 통과해 밀어내거나, 기존 숫자가 심사에서 탈락하거나. 어느 쪽이든 열쇠는 측정이 아니라 심사입니다.
탈락의 전례가 이미 있습니다. 원래 세계 기록은 데스밸리가 아니었습니다. 1922년 9월 13일 리비아 엘아지지아에서 측정된 58.0도가 90년 동안 왕좌를 지켰습니다. 그런데 버트가 문제를 제기하자 WMO는 국제 조사단을 꾸렸고, 리비아 내전으로 조사가 멈추는 우여곡절 끝에 2012년, 기록이 세워진 지 꼭 90년 만에 이를 취소했습니다. 훈련받지 못한 관측자가 다루기 어려운 계기를 잘못 읽었을 가능성, 그리고 설치 장소와 관측 절차의 문제가 사유였습니다. 이 취소로 왕좌가 빈 순간, 2위에 서 있던 1913년 데스밸리가 그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새로 검증을 받아서가 아닙니다. 그저 줄의 다음 순번이었을 뿐입니다.
리비아 기록은 비교할 자료와 정황이 드러나자 무너졌고, 데스밸리 기록은 102년 치 주변 데이터가 쌓이고서야 겨우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두 기록의 운명을 가른 건 온도계의 품질이 아니라, 곁에서 지켜본 증인이 있었느냐였습니다. 이 구조는 기온 밖에서도 그대로 통합니다. 검증할 방법이 없던 시절의 숫자, 혼자만 덩그러니 남은 기록, 견줄 상대가 없는 전설. 오래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는 그것이 옳다는 증거가 아니라, 반박할 도구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데스밸리 기록이 곧 지워지는 건 아닙니다. WMO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극값 담당 랜디 서베니 교수는 2023년, 미국 국가극값위원회와 WMO 아카이브 모두 1913년 관측을 인정한다면서, 신뢰할 만한 새 증거가 나오면 조사할 뜻은 있다고 밝혔습니다. 취소는 미국 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WMO가 최종 판정하는, 수년이 걸리는 절차입니다. 지난가을의 논문이 그 '새 증거'로 받아들여질지가, 지금 이 기록 앞에 놓인 물음입니다.
134가 지워진다면 다음 왕좌는 누구에게 갈까요. 여기서 셈법이 갈립니다. WMO 공인 목록의 다음 칸에는 1931년 튀니지 케빌리의 55.0도가 있지만, 이 역시 같은 시대에 같은 방식으로 남은 숫자라 똑같은 의심을 받습니다. 버트는 2차대전 뒤 케빌리에 제대로 된 관측소가 들어선 다음부터는 적어도 2012년까지 화씨 118도를 넘긴 날이 한 번도 없었다고 짚습니다. 오래된 명부의 윗줄이 대체로 그 시절의 흐릿한 관측이라는 얘기입니다.
질문을 '현대 계기로 믿을 만하게 잰 최고 기온'으로 좁히면, 답은 다시 데스밸리로 돌아옵니다. 2020년 8월 16일과 2021년 7월 9일, 퍼니스 크리크는 두 번 54.4도(화씨 130도)를 찍었습니다. 미디엄 레어로 익힌 스테이크의 속 온도와 같은 구간입니다. WMO는 이 두 측정을 모두 검증 절차에 올렸습니다. 센서를 떼어 독립 교정 시험소로 보낼 만큼 까다로운 심사인데, 아직 공인 결론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90년 된 기록을 지운 조직답게, 새 기록을 들이는 문 역시 좁습니다.
그래서 버트의 정리가 아마 가장 정확할 겁니다. 옛 기록이 살아남든 지워지든,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라는 타이틀은 어느 쪽으로 가도 결국 데스밸리 몫이라는 것. 정말로 곤란해지는 쪽은 "134" 티셔츠를 잔뜩 쌓아 둔 기념품 가게 하나뿐입니다. 다만 올여름에도 폭염 뉴스는 어김없이 '역대'를 셀 텐데, 그 자의 맨 윗눈금이 지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113년 전 오늘, 사막 한복판 목장 베란다에서 적혔을지 모를 숫자인 채로 말입니다.
'지구 최고 기온 56.7도'는 정밀해서 살아남은 기록이 아니다. 반박할 이웃 관측소가 없어서 113년을 살았다.
- 「출처 ↗」 Spencer, Christy & Reid, "Death Valley Illusion: Evidence against the 134°F World Record", 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107(1), 2026
- 「출처 ↗」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Headlines, "Global Record in Question" (2025.11)
- 「출처 ↗」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 is monitoring potential new temperature records" (2023.7)
- 「출처 ↗」 Live Science, "Death Valley's 'world's hottest temperature' record may be due to a human error"
- 「출처 ↗」 Yale Climate Connections, "Death Valley breaks the all-time world heat record for the second year in a row" (2021.7)
- 「출처 ↗」 Christopher C. Burt & William T. Reid, "An Investigation of Death Valley's 134°F World Temperature Record", Weather Underground (2016)
- 「출처 ↗」 Las Vegas Review-Journal, "Death Valley's heat record, set in 1913 at 134 degrees, comes under fire"
- El Fadli & Cerveny 외, WMO 엘아지지아 기록 평가 논문, BAMS 94(2), 2013 (링크 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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