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결승, 우승국은 저 황금 트로피를 ‘차지’하지 못합니다 — Woody Magazine, 2026년 7월 19일
오늘(현지 시각 7월 19일) 밤,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스페인과 아르헨티나가 2026 월드컵 우승을 가립니다. 경기가 끝나면 이긴 팀 주장이 시상대에 올라 황금빛 트로피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립니다. 그 순간 전 세계 수억 명의 눈이 이 물건 하나로 쏠립니다. 4년에 한 번,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바라보는 물건 축에 듭니다.
그런데 우승팀은 그 트로피를 집에 가져가지 못합니다.
시상식이 끝나면 FIFA 관계자들이 진짜 트로피를 곧바로 거둬 갑니다. 우승국이 품에 안고 돌아가는 건 겉만 금으로 도금한 청동 복제품, ‘FIFA 월드컵 위너스 트로피’입니다. 진짜 트로피는 스위스 취리히의 FIFA 축구 박물관 금고로 들어갑니다.
우승 주장이 들어 올리는 이 트로피는 이탈리아 조각가 실비오 가차니가가 1971년에 빚었습니다. 몸체는 속이 빈 18캐럿 금이고, 바닥에는 초록빛 공작석을 두 줄 둘렀습니다. 키는 36.8센티미터, 무게는 6.175킬로그램입니다. 두 사람이 몸을 비틀어 솟구치며 지구를 떠받치는 모습입니다. 여기에는 규칙이 하나 박혀 있습니다. 아무도 이 트로피를 소유할 수 없습니다.
이 규칙은 처음부터 이랬던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였습니다.
1930년 첫 월드컵 트로피는 지금 트로피와 달랐습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가 팔각형 잔을 떠받친 모습이었고, 대회를 만든 프랑스인 쥘 리메의 이름을 땄습니다. 몸체는 순금이 아니라 은에 금을 입힌 것이었습니다. FIFA는 여기에 파격적인 상을 걸었습니다. 세 번 우승한 나라가 나오면 트로피를 영원히 갖는다.
그 조건을 처음 채운 나라가 브라질입니다. 1970년 멕시코시티, 펠레가 뛴 브라질이 이탈리아를 4대 1로 꺾고 통산 세 번째 우승을 확정했습니다. 규칙대로 쥘 리메 트로피는 브라질 차지가 됐습니다. 월드컵 트로피를 ‘영원히’ 가진 유일한 나라는 그렇게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이 트로피는 전에도 한 번 사라진 적이 있습니다. 1966년 3월, 잉글랜드 월드컵을 앞두고 런던의 한 전시장에서 감쪽같이 도둑맞았습니다. 영국 축구협회로 몸값을 요구하는 편지가 날아들었습니다. 일주일 뒤, 데이비드 코벳이 남런던 집 근처에서 반려견 피클스를 산책시키다 걸음을 멈췄습니다. 피클스가 덤불 아래 신문지 뭉치에 코를 박고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코벳이 신문지를 벗기자 바닥에 새긴 글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브라질, 서독, 우루과이’ — 역대 우승국이었습니다. 사라졌던 월드컵 트로피를, 개 한 마리가 찾아냈습니다. 덕분에 트로피는 대회 전에 제자리로 돌아왔고, 그해 우승한 잉글랜드가 다시 들어 올렸습니다.
두 번째 도난은 결말이 달랐습니다. 브라질이 트로피를 영원히 품은 지 13년 뒤인 1983년 12월, 리우데자네이루의 브라질 축구협회 본부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진열장 속 쥘 리메 트로피가 사라졌습니다. 이번에는 피클스가 없었습니다. 범인 몇 명은 붙잡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트로피는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행방은 지금도 수수께끼입니다. 금괴로 녹였다는 말이 돌았지만, 당시 수사를 이끈 브라질 연방경찰관은 회의적이었습니다. 트로피가 순금이 아니라 도금한 은이라 녹여도 남는 게 적고, 통째로 두면 값이 훨씬 크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는 트로피가 암시장 어딘가로 넘어갔다고 봤습니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하나입니다. 인류가 처음 만든 월드컵 트로피는, 그것을 영원히 가진 단 하나의 나라에서 영영 사라졌습니다.
브라질이 그 트로피를 잃기 전에, FIFA는 이미 새 트로피 공모전을 열어 가차니가의 도안을 골라 둔 뒤였습니다. 쥘 리메 트로피마저 영영 사라지자 FIFA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새 트로피는 몇 번을 우승하든 어느 나라에도 넘기지 않는다. 영원히 갖게 해 줬더니 영원히 잃었으니, 이번엔 아예 갖지 못하게 했습니다.
누구나 탐내는 물건일수록,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무도 갖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손에 쥔 물건은 언젠가 도둑맞고 팔리고 잊힙니다. 브라질 진열장이 그랬습니다. FIFA는 트로피를 ‘가질 상품’에서 ‘지킬 자리’로 바꿨습니다. 우승국은 그 자리에 4년간 이름을 올릴 뿐, 물건을 손에 쥐지는 못합니다.
그렇다면 우승국이 안고 가는 복제품은 시시할까요. 아닙니다. 1974년 서독부터, 우승국이 집에 들고 간 건 다 그 도금 복제품이었습니다. 진짜의 값어치는 손에 남는 금속에 있지 않습니다. 잠깐이나마 그걸 직접 들어 올리는 몇 분, 거기에 있습니다. 대신 이름은 오래 남습니다. 우승국 이름을 진짜 트로피 바닥에 새기는데, 그 자리는 2038년 대회 우승국까지 남아 있습니다.
오늘 밤, 스페인 아니면 아르헨티나의 주장이 그 6킬로그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립니다. 아르헨티나가 이기면 통산 네 번째 우승으로 독일·이탈리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스페인이 이기면 두 번째 별을 답니다. 그리고 몇 분 뒤, 이긴 팀 주장은 트로피를 FIFA에 돌려줍니다. 진짜 트로피는 그 밤을 넘기기 전에 취리히로 떠나고, 우승국에는 복제품만 남습니다.
‘영원히 갖는다’던 상은, 영원히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브라질은 그 약속을 받아 낸 유일한 나라이자, 그것을 잃은 유일한 나라입니다. FIFA는 그 뒤로 소유를 상으로 걸지 않습니다. 4년간 지킬 자격만 내줍니다. 오늘 밤 주장이 트로피를 돌려주는 장면은, 빼앗기는 게 아닙니다. 넘겨주는 겁니다.
- FIFA, ‘The story of the FIFA World Cup trophy’ — 「출처 ↗」
- The Associated Press(The Washington Times 게재), ‘How an Italian sculptor created the World Cup trophy that became an icon’ — 「출처 ↗」
- A&E, ‘Brazil’s World Cup Trophy Was Stolen in 1983, Never Returned’ — 「출처 ↗」
- International Business Times UK, ‘FIFA World Cup Trophy Facts: How Much It’s Worth, Who Made It, and Who Gets to Keep It’ —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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