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 전 오늘 토론토에 선 탑 — CN타워는 전망대가 아니라 ‘전파’를 위해 지어졌다 — Woody Magazine, 2026년 6월 26일
50년 전 오늘 토론토에 선 탑 — CN타워는 전망대가 아니라 ‘전파’를 위해 지어졌다
흔히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빌딩’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 탑은 애초에 사람을 올려보내려고 세운 게 아니었습니다.
1976년 6월 26일, 토론토 도심에 553미터짜리 콘크리트 기둥이 문을 열었습니다. 오늘로 정확히 50년입니다. CN타워는 한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의 대명사였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그렇게 기억합니다. 그런데 정작 이 탑이 왜 그렇게까지 높아야 했는지는 잘 짚지 않습니다. 답은 전망이 아니라 전파에 있습니다.
1960년대 토론토는 빠르게 커졌습니다. 인구는 1950년대 100만에서 1970년 250만으로 늘었고, 도심에는 고층 빌딩이 줄지어 들어섰습니다. 문제는 전파였습니다. 기존 방송 송신탑은 높이가 500피트에 못 미쳤는데, 토론토도미니언센터 같은 800피트 넘는 새 빌딩들이 그 신호를 가로막았습니다. 번쩍이는 유리 외벽은 전파를 엉뚱한 곳으로 튕겨냈습니다. 도시가 제 신호를 스스로 가로막은 꼴이었습니다.
해법은 단순했습니다. 모든 빌딩보다 높은 안테나를 하나 세우면 됐습니다. 그 일을 맡은 건 방송사가 아니라 철도회사였습니다. ‘CN’은 캐나다 최대 철도망을 운영하던 캐나디안 내셔널(Canadian National)입니다. 도심에 남아돌던 철도 부지에 거대한 송신탑을 세워 통신 허브로 임대하고, 동시에 캐나다 산업의 힘을 과시하려 했습니다. 처음엔 경쟁사 캐나디안 퍼시픽(CP)과 공동 사업이라 ‘CN/CP 타워’가 될 뻔했지만, CP가 발을 빼면서 이름은 CN타워로 굳었습니다.
그래서 CN타워는 엄밀히 빌딩이 아닙니다. 사람이 쓰는 바닥 면적이 거의 없는, 속이 빈 육각형 기둥 위에 안테나를 얹은 탑입니다. 기네스도 한때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분류했다가, 결국 ‘자립식 구조물’과 ‘탑’으로 갈라 적었습니다. 바닥 면적이 너무 적어 ‘빌딩’으로 부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세계 최고’라는 말에도 같은 단서가 붙습니다. CN타워는 32년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립식 구조물이었습니다. 그 기록을 깬 건 2007년 9월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828미터)였습니다. 서울에도 비슷한 키가 서 있습니다. 롯데월드타워가 555미터, CN타워가 553.3미터로 둘은 2미터도 차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는 사람이 사는 빌딩이고, 다른 하나는 전파를 쏘는 탑입니다.
전파를 위해 지은 탑이었지만, 정작 돈은 전망에서 나왔습니다. 개장과 함께 회전 레스토랑과 전망대가 붙었고, CN은 곧 이 탑이 송신탑보다 관광 명소로 훨씬 돈이 된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1995년 철도회사가 민영화되며 탑은 연방 공기업 캐나다랜드컴퍼니로 넘어갔습니다. 토론토 시민들이 ‘CN’이라는 이름을 지키고 싶어 했고, 그래서 CN은 비공식적으로 ‘캐나다 국립(Canada’s National)’이라는 새 뜻을 얻었습니다. 오늘날 CN타워는 17개 넘는 방송·라디오 채널을 여전히 송출하면서, 해마다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받습니다. 쓸모를 위해 태어났지만, 지금은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사실 탑이 전파 덕에 운명을 바꾼 건 처음이 아닙니다. 에펠탑이 그랬습니다. 1889년 만국박람회용 임시 구조물로 세워진 에펠탑은 20년 뒤 철거될 예정이었습니다. 귀스타브 에펠은 탑을 군의 무선 전신 실험에 내주고 안테나 설치 비용까지 댔습니다. 무선의 전략적 가치가 입증되자, 1910년 1월 파리시는 양허를 연장했습니다. 라디오가 에펠탑을 살린 것입니다.
두 탑의 방향은 정반대입니다. 에펠탑은 이미 서 있던 탑을 전파가 살렸고, CN타워는 전파가 처음부터 탑을 낳았습니다. 어느 쪽이든 결론은 같습니다. 20세기의 탑들은 전망이 아니라 전파 때문에 그렇게 높아야 했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 CN타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 송신 장비가 아니라 에지워크입니다. 2011년 문을 연 이 체험은 360 레스토랑 바로 위 356미터 높이에서, 안전줄 하나에 의지해 난간 없는 탑 바깥 테두리를 걷는 코스입니다. 토론토에 가신다면, 발밑으로 도시가 펼쳐지는 그 높이가 원래 사람이 아니라 전파가 닿아야 했던 높이였다는 걸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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