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년 전 오늘 처음 울린 빅벤 — 세계가 아는 그 소리는, 깨진 종의 소리다 — Woody Magazine, 2026년 7월 11일
167년 전 오늘 처음 울린 빅벤 — 세계가 아는 그 소리는, 깨진 종의 소리다
런던의 상징은 완벽해서 사랑받는 게 아니었습니다. 1859년 7월 11일 첫 타종, 두 달 뒤의 균열, 그리고 그 균열을 고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오늘의 음색을 만들었습니다.
1859년 7월 11일, 웨스트민스터 신궁전의 종탑에서 13.7톤짜리 종이 처음 울렸습니다. 오늘로 정확히 167년 전입니다. 런던 사람들은 그 낮고 무거운 소리에 환호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 뒤, 종에 금이 갔습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빅벤은 실패한 공공사업으로 남았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영화 오프닝에서, BBC 라디오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에서 듣는 그 '빅벤 소리'가 바로 이 깨진 종의 소리입니다. 균열은 지금도 종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종소리는 완성품이 아니라 결함의 소리입니다.
빅벤은 탑이 아니다
통념부터 하나 바로잡고 시작하겠습니다. 우리가 사진으로 아는 그 시계탑은 빅벤이 아닙니다. 탑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타워입니다. 원래 '시계탑(Clock Tower)'이라 불리다가 2012년 엘리자베스 2세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지금 이름을 얻었습니다. 빅벤은 그 탑 꼭대기 종루에 매달린 대종(Great Bell)의 애칭입니다. 높이 2.2미터, 지름 2.7미터, 무게 13.7톤. 이름의 유래로는 종 주조 당시 공공사업을 총괄한 벤저민 홀 경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실제로 종 표면에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관광객이 "빅벤을 봤다"며 찍어 온 사진은, 엄밀히는 빅벤이 아니라 엘리자베스 타워입니다. 정작 빅벤은 그 탑 꼭대기 종루 안에 있어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소리로 존재를 드러내죠. 그리고 그 소리의 정체가 오늘 이야기의 본론입니다.
두 번 깨진 종
빅벤을 만드는 일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종은 1856년 잉글랜드 북부 스톡턴온티스 인근의 워너스 주조소에서 나왔습니다. 무게 약 16톤. 기차와 배로 런던까지 옮겨 왔지만, 탑이 아직 완공되지 않아 궁전 마당에 매달아 두고 시험 타종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1857년 10월, 종에 1.2미터짜리 균열이 생겼습니다. 탑에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깨진 겁니다.
책임 공방이 붙었습니다. 시계 설계를 맡은 법률가 출신 아마추어 시계학자 에드먼드 베켓 데니슨은 주조 불량을 주장했고, 주조소는 데니슨이 규정보다 훨씬 무거운 해머를 고집한 탓이라고 맞섰습니다.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종은 파쇄됐는데, 부수는 과정에서 균열 시작점 부근의 금속 결함이 드러나 논쟁은 더 꼬였습니다.
두 번째 종은 1858년 4월 10일 런던 이스트엔드의 화이트채플 주조소에서, 첫 종을 부순 금속을 되녹여 만들었습니다. 첫 종보다 2.5톤 가벼운 13.7톤. 말 16마리가 끄는 수레에 실려, 환호하는 인파 사이로 웨스트민스터에 도착했습니다. 지름이 탑의 수직 통로보다 커서, 옆으로 눕힌 채 61미터 위 종루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1859년 7월 11일, 마침내 런던 하늘에 첫 시보를 울렸습니다.
두 달을 갔습니다. 그해 9월, 두 번째 종에도 금이 갔습니다. 화이트채플 주조소 책임자 조지 미어스의 증언에 따르면, 데니슨이 이번에도 규정 최대치의 두 배가 넘는 해머를 쓰게 했습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두 번째 종까지 깨뜨렸습니다.
고치는 대신, 함께 사는 법
여기서 독자는 당연히 물을 겁니다. 왜 세 번째 종을 만들지 않았을까. 만들 수 없었던 게 아니라, 만들지 않기로 한 겁니다. 13.7톤 종을 내리고, 부수고, 다시 녹이고, 다시 올리는 일을 이미 한 번 겪은 뒤였습니다. 비용과 시간, 그리고 또 깨질지 모른다는 불신까지 쌓인 상태에서, 왕립천문학자 조지 에어리가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종을 고치지 말고, 종이 깨진 채로 일하게 하자.
처방은 세 가지였습니다. 종을 90도 돌려 해머가 균열 없는 면을 때리게 하고, 해머를 가벼운 것으로 바꾸고, 균열이 더 번지지 않도록 균열 끝에 구멍을 냈습니다. 마지막 조치에는 오늘날 항공기 정비에도 쓰이는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균열을 앞으로 밀어내는 힘은 그 뾰족한 끝에 몰립니다. 바늘 끝처럼 한 점에 응력이 집중되는 거죠. 그 끝에 둥근 구멍을 뚫으면 뾰족함이 사라지고, 힘이 구멍의 넓은 곡면으로 흩어져 균열이 더 나아가지 못합니다. 상처를 봉합한 게 아니라, 상처가 번질 길목을 뭉툭하게 막은 겁니다. 빅벤에 실제로 한 조치는 균열 부위를 작은 사각형으로 잘라낸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원리는 같습니다. 균열 끝의 날카로움을 없애, 힘이 몰릴 지점을 지운 것입니다. 이 처방이 적용된 1863년까지 빅벤은 약 4년간 침묵했고, 그동안은 15분마다 울리는 네 개의 작은 종, 쿼터 벨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대신 시간을 알렸습니다. 균열과 그 흔적은 지금도 종에 그대로 있습니다.
균열이 만든 목소리
그런데 이 타협이 뜻밖의 선물을 남겼습니다. 성한 종은 대칭입니다. 어느 면을 때려도 고른 진동이 퍼집니다. 빅벤은 균열과 절개 자국 때문에 그 대칭이 깨져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때릴 때 미세하게 어긋난 여러 진동이 동시에 일어나고,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특유의 떨림이 생깁니다. 음향학자들이 분석해 보니, 우리가 '한 번의 종소리'로 듣는 그 소리는 서로 다른 주파수의 진동이 겹겹이 쌓인 층이었습니다. 레스터대학교 연구진의 분석이 BBC 다큐멘터리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성한 종이 정확한 발성의 아나운서라면, 빅벤은 목이 살짝 쉰 가수입니다. 음정은 E음에서 미묘하게 어긋나 있고, 소리 끝이 고르지 않게 떨립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목소리만 듣고 알아채는 건 바로 그런 가수입니다. 1923년 새해 전야, BBC가 빅벤의 타종을 처음 라디오로 내보낸 이래 이 소리는 영국의 청각적 서명이 됐습니다. 방송을 타고 세계에 각인된 '영국의 목소리'는, 다시 말해 균열의 목소리입니다.
이 역설은 최근 들어 가장 선명해졌습니다. 2017년 8월, 엘리자베스 타워는 역대 최대 규모의 보수에 들어갔고, 비용은 7,970만 파운드까지 불어났습니다. 시계를 분해해 닦고, 석재를 갈고, 2차대전 폭격 손상까지 찾아내 고쳤습니다. 그리고 2022년 11월 13일 리멤브런스 선데이(영국의 전몰자 추모 일요일) 타종과 함께 정상 운영에 복귀했을 때, 딱 하나 고치지 않은 게 있었습니다. 균열입니다. 8,000만 파운드 가까이 들인 복원에서 균열은 수리 대상이 아니라 보존 대상이었습니다. 그걸 고치는 순간 빅벤은 더 정확한 종이 되겠지만, 더는 빅벤의 소리가 아니게 되니까요.
167년 전 오늘의 첫 타종은 그래서 이중의 기념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소리가 태어난 날이자, 그 소리가 두 달 뒤 실패할 운명이었던 날. 그리고 그 실패를 지우는 대신 끌어안는 쪽을 택한 덕분에, 실패가 정체성이 된 날의 시작입니다.
- 「출처 ↗」 UK Parliament — Constructing the most accurate clock in the world
- 「출처 ↗」 UK Parliament — A brief history of Big Ben and Elizabeth Tower
- 「출처 ↗」 CNN — Big Ben Fast Facts
- 「출처 ↗」 Prospect Magazine — Why the sound of Big Ben resonates in British culture
- 「출처 ↗」 Grace's Guide — Big Ben
- 「출처 ↗」 The History Press — The recasting of Big Ben
- 「출처 ↗」 Wikipedia — Big B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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