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심장 전문가 3만 명이 뮌헨에 모입니다 — 이들이 9년 전 통로까지 메우고 반겼던 가설이 지난달 멈춰 섰습니다 — Woody Magazine, 2026년 8월 28일
오늘 심장 전문가 3만 명이 뮌헨에 모입니다 — 이들이 9년 전 통로까지 메우고 반겼던 가설이 지난달 멈춰 섰습니다
- 오늘 개막하는 세계 최대 심장학회 위에, 4주 전에 도착한 대형 임상시험의 실패 소식이 걸려 있습니다.
- 약은 겨냥한 염증 수치를 계획대로 내렸지만 심장을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같은 무늬가 2년 사이 두 번 나왔습니다.
- 멈춘 것은 시판 중인 약이 아니라 시험 단계의 가설입니다. 스타틴과 콜키신의 승인 근거는 이 결과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늘 독일 뮌헨에 심장 전문가 3만 명이 모입니다. 유럽심장학회 연례 학술대회, 심장 쪽에서는 세계에서 제일 큰 모임입니다. 나흘 동안 대형 임상시험 59건이 처음으로 결과를 공개합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해와 같습니다. 다른 것은 4주 전에 도착한 성적표 한 장입니다. 심장의학이 20년 넘게 공들여 온 가설 하나가, 그 성적표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성적표부터 보겠습니다. 위고비를 만든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7월 31일에 공개한 임상시험 결과입니다. 회사가 비만약 다음 성장 동력으로 키우던 신약 후보, 질티베키맙이었습니다. 심장병과 만성 콩팥병을 같이 앓는 환자 6,300여 명이 한 달에 한 번 이 주사를 맞았습니다. 약은 제 일을 정확히 해냈습니다. 겨냥한 염증 신호가 잦아들었고, 혈액 속 염증 수치가 계획대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을 합친 성적은 위약, 그러니까 가짜 약을 맞은 쪽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위험비 0.99,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숫자입니다. 발표 당일 회사 주가가 9% 가까이 빠졌습니다.
약이 성공했는데 시험이 실패한 겁니다. 이상하게 들리면 정상입니다. 그 이상함을 따라 20년을 거슬러 가 보겠습니다.
콜레스테롤만 잡으면 된다고 우리는 오래 믿었습니다. 틀린 믿음도 아니었습니다. 스타틴은 실제로 수많은 심장마비를 막아 온 약입니다. 문제는 나머지였습니다. 하버드의 심장 전문의 폴 리드커는 심장마비의 절반가량이 콜레스테롤이 높지 않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계속 파고들었습니다. 범인이 하나 더 있다는 뜻이니까요. 유력한 용의자가 염증이었습니다. 혈관 벽에 낀 기름때 주변으로 면역 세포가 몰려들어 벽을 붓게 하고, 부은 벽이 어느 날 터진다는 그림입니다.
용의자를 재판정에 세우려면 먼저 측정 도구가 필요했습니다. 리드커가 고른 것이 hs-CRP라는 혈액 검사입니다. 몸 어딘가에 염증이 일면 간이 만들어 혈액으로 내보내는 단백질이라, 이 수치가 높으면 몸속 어딘가가 계속 앓는 중이라고 읽을 수 있습니다. 2008년 JUPITER 시험이 이 도구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콜레스테롤은 정상인데 hs-CRP만 높은 사람 1만 8천 명 가까이가 절반씩 스타틴과 가짜 약을 받았습니다. 연구진은 시작 2년이 채 되기 전에 시험을 멈췄습니다. 스타틴을 먹은 쪽에서 심혈관 사건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그러니 나머지 사람들에게 가짜 약을 계속 주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스타틴은 콜레스테롤도 함께 낮추는 약입니다. 그래서 이 결과만으로는 염증을 잡아서 살린 건지 콜레스테롤을 잡아서 살린 건지 가릴 수 없습니다. 확실한 건 하나, 염증 수치로 고른 사람들에게 아주 잘 듣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증명하려면 콜레스테롤은 그대로 두고 염증만 건드리는 약이 필요했습니다. 리드커가 다음에 잡은 카나키누맙이 딱 그런 약이었습니다. 희귀 염증 질환에 쓰던 항체 주사로, 염증 신호 하나만 골라 끊습니다. 심근경색을 겪고 치료를 받는데도 염증 수치가 여전히 높은 환자 1만 명이 참여했고, 2017년 8월 27일 바르셀로나, 바로 이 학회 무대에서 결과가 나왔습니다. 발표장은 통로 바닥까지 사람이 앉고 바깥에 줄이 남을 만큼 찼습니다. 심혈관 사건 15% 감소. 크지 않은 숫자입니다. 그런데 콜레스테롤을 조금도 건드리지 않고 얻은 숫자라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염증만 낮춰도 심장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한 순간입니다. 리드커는 그 자리에서 “이것이 우리의 1994년”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타틴의 시대를 연 시험이 나온 해에 빗댄 말입니다. 염증 가설의 시대가 그렇게 열리는 듯했습니다.
그날 이후 다음 장면은 뻔해 보였습니다. 증명을 마친 약이 심장약이 되고, 처방전에 오르고, 표준이 되는 순서 말입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내다봤을 대목입니다. 그런데 카나키누맙에게는 걸림돌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미 다른 이름으로 팔리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희귀 염증 질환 치료제로, 1년 약값이 20만 달러에 이르는 약으로요. 심장약은 수백만 명이 평생 먹는 약입니다. 그 시장에 들어가려면 노바티스는 제 손으로 약값을 98%까지 깎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이 2018년 심장약으로 팔겠다는 신청을 반려하자, 회사는 유럽 쪽 신청을 스스로 거둬들였습니다. 증명은 남고, 약은 물러났습니다.
빈자리는 뜻밖의 약이 채웠습니다. 콜키신, 콜키쿰이라는 꽃에서 얻어 수천 년 전부터 통풍에 써 온 약입니다. 특허도 약값 계산도 필요 없는 물건입니다. 심근경색을 겪은 환자를 모은 시험과 병이 오래된 만성 환자를 모은 시험이 잇달아 심혈관 사건을 줄이자, 미국 식품의약국은 2023년 6월 이 옛날 약을 승인했습니다. 문서에 적힌 이름이 근사합니다. 사상 최초의 항염 심혈관 치료제. 여기까지 오면 이야기가 깔끔합니다. 과학이 길을 냈고, 값이 막았고, 오래된 싼 약이 뚫었다. 2023년의 우리는 대체로 그렇게 정리했습니다.
금이 간 것은 이듬해입니다. 승인까지 받았으니 다음 순서는 더 크고 엄격한 시험이었습니다. 캐나다 연구진이 심근경색 직후 환자 7천여 명을 모아 3년을 지켜봤습니다. 2024년 가을에 나온 결과 앞에서 연구책임자 산지트 졸리는 “매우 놀랐다”고 했습니다. 아무것도 줄지 않았습니다. 위험비 0.99. 묘한 대목은 그 옆 칸입니다. 콜키신을 먹은 쪽의 염증 수치는 석 달 뒤 분명히 더 낮았습니다. 숫자는 내려갔는데, 사건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질티베키맙이 같은 무늬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습니다. 위험비까지 똑같은 0.99. 물론 우연히 겹친 숫자입니다. 그런데 2년 사이 가장 큰 항염 시험 둘이 나란히 같은 자리에 멈춰 선 걸 우연으로만 넘기기에는 무늬가 너무 선명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따지려면 hs-CRP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봐야 합니다. 이 단백질은 혈관 벽의 염증 그 자체가 아닙니다. 염증이 일면 면역 세포들이 IL-6라는 신호 물질을 내보내고, 간이 그 신호를 받아 hs-CRP를 찍어 냅니다. 자동차로 치면 hs-CRP는 엔진이 아니라 계기판의 경고등입니다. 엔진에서 계기판까지 전선이 이어져 있고, 등은 그 전선 끝에서 켜집니다.
이제 질티베키맙이 무슨 약인지 보겠습니다. IL-6를 막는 항체, 그러니까 전구 바로 앞에서 전선을 끊는 약입니다. 그러니 경고등이 꺼지는 것, hs-CRP가 떨어지는 것은 성과라기보다 정의에 가깝습니다. 진짜 질문은 그 선을 끊으면 엔진도 달라지느냐였고, 이번에 나온 답은 ‘이 환자들에게서는 아니다’였습니다.
억울한 구석도 있습니다. 이 선이 전구에만 이어진 게 아니라고 볼 근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IL-6 신호가 날 때부터 약한 사람들은 평생 심장병도 덜 겪는다는 유전 연구가 쌓여 있었습니다. 전선이 엔진에도 닿아 있다는 뜻이었고, 그래서 다들 기대했고, 그래서 충격이 컸습니다. 정작 리드커 본인은 2016년에 미리 적어 뒀습니다. hs-CRP는 위쪽에서 벌어지는 일을 비추는 아래쪽 지표일 뿐, 그 자체가 표적은 아니라고요.
그러면 카나키누맙은 왜 통했고 콜키신은 왜 절반만 통했는지 묻게 됩니다. 정직하게 답하면, 아직 아무도 정확히 모릅니다. 카나키누맙이 끊은 신호는 이 전선의 더 위쪽, 염증이 처음 시작되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콜키신은 병이 가라앉은 만성 환자와 발병 두 주쯤 지난 환자에게는 통했고, 심근경색 직후에 바로 시작하자 통하지 않았습니다. 염증은 스위치 하나가 아니라 배선반이었고, 어느 선을 언제 누구에게서 끊느냐로 답이 갈렸습니다. 계기판의 경고등은 그 셋을 구분해 주지 않습니다. 어느 선을 끊어도 등은 똑같이 꺼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이번에 멈춰 선 두 항체는 약국에 있는 약이 아닙니다. 카나키누맙은 심장약으로 팔린 적이 없고, 질티베키맙은 아직 시험 단계의 후보입니다. 스타틴은 이 이야기에서 다치는 쪽이 아니라 수십 년 치 결과로 검증을 끝낸 쪽입니다. 이번 학회에도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스타틴을 새로 시작할 값어치가 있는지 묻는 대형 시험이 올라와 있습니다. 콜키신의 승인도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갈린 것은 약의 자격이 아니라 투여의 시점과 대상입니다. 멈춘 것은 환자 손의 약이 아니라 연구자 머릿속의 가정입니다.
내일 아침, 같은 무대에 다음 후보가 오릅니다. 파시베키투그, 질티베키맙이 겨눴던 바로 그 IL-6를 다시 겨누는 항체입니다. 미리 나온 중간 성적은 눈부십니다. 석 달에 한 번만 맞고도 첫 90일에 hs-CRP를 85% 넘게 떨어뜨린 용량군이 있습니다. 다만 이 시험은 2상, 약이 표적을 제대로 맞히는지부터 확인하는 단계라 성적 과목이 애초에 hs-CRP입니다. 설계로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과목의 만점이 무엇을 보장하고 무엇을 보장하지 않는지, 4주 전의 성적표로 우리는 이미 봤습니다. 진짜 답은 2027년에 옵니다. 질티베키맙을 심부전 환자와 심근경색 직후 환자에게 시험한 결과 둘이 그해에 나옵니다.
20년 전 심장의학은 콜레스테롤 너머의 범인을 찾아 나섰고, 염증이 범인이라는 증거를 실제로 손에 넣었습니다. 그 증거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무너진 것은 그 위에 얹은 가정입니다. 계기판 숫자가 내려가면 엔진도 나아졌다는 가정. 숫자는 시키는 대로 내려갔습니다. 환자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 뮌헨의 3만 명이 마주 앉는 것도 결국 그 간극입니다. 지표를 움직이는 일과 결과를 바꾸는 일은, 다른 일입니다.
- 출처 ↗ Ridker 외, “Rosuvastatin to Prevent Vascular Events in Men and Women with Elevated C-Reactive Protein” (JUPITER), NEJM, 2008
- 출처 ↗ Ridker 외, “Antiinflammatory Therapy with Canakinumab for Atherosclerotic Disease” (CANTOS), NEJM, 2017
- 출처 ↗ Nicholls, “CANTOS: One year on”, European Heart Journal, 2018
- 출처 ↗ British Journal of Cardiology, “ESC 2017: CANTOS — a focus on inflammation and atherosclerosis”, 2017
- 출처 ↗ TCTMD, “Hopes Fade for a CV Indication for Canakinumab”, 2019
- 출처 ↗ Tardif 외, “Efficacy and Safety of Low-Dose Colchicine after Myocardial Infarction” (COLCOT), NEJM, 2019
- 출처 ↗ Nidorf 외, “Colchicine in Patients with Chronic Coronary Disease” (LoDoCo2), NEJM, 2020
- 출처 ↗ Agepha Pharma 보도자료, “U.S. FDA Approves First Anti-Inflammatory Drug for Cardiovascular Disease”, 2023.6.20
- 출처 ↗ Jolly 외, “Colchicine in Acute Myocardial Infarction” (CLEAR-SYNERGY), NEJM, 2025
- 출처 ↗ TCTMD, “Colchicine Surprise: No Help Post-MI, Large CLEAR SYNERGY Trial Shows”, 2024
- 출처 ↗ 노보 노디스크 보도자료, “Novo Nordisk provides update on the ZEUS phase 3 trial”, 2026.7.31
- 출처 ↗ BioPharma Dive, “Novo setback casts doubt on a new way to treat heart disease”, 2026
- 출처 ↗ Ridker, “From C-Reactive Protein to Interleukin-6 to Interleukin-1”, Circulation Research, 2016
- 출처 ↗ 유럽심장학회 보도자료, “Hot Lines revealed — ESC Congress 2026”, 2026.7.23
- 출처 ↗ Tourmaline Bio 보도자료, “Positive Topline Results from the Phase 2 TRANQUILITY Trial”, 202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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