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돌아온 이 일본 위스키, 미국 전체 물량이 1,572병입니다 — 아껴 파는 게 아닙니다. 10년 전에 담가 둔 술이 이만큼 남았습니다 — Woody Magazine, 2026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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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술2026년 8월 13일 (목)

11년 만에 돌아온 이 일본 위스키, 미국 전체 물량이 1,572병입니다 — 아껴 파는 게 아닙니다. 10년 전에 담가 둔 술이 이만큼 남았습니다

니카 미야기쿄 싱글몰트 10년의 복귀 — 위스키 라벨에서 숫자가 사라지고 돌아오기까지, 일본 위스키가 건너온 30년의 셈법.

세 줄 요약
  1. 2015년에 사라졌던 숫자 '10'이 미야기쿄 라벨에 돌아왔습니다. 니카가 지난달 미국에 내놓은 물량은 전국 1,572병입니다.
  2. 라벨의 숫자는 그만큼 통에서 묵은 술이 있어야만 적을 수 있습니다. 니카는 1990년대 불황에 증류를 줄였고, 2010년대 붐으로 숙성 마친 술이 바닥나자 2015년 숫자 달린 싱글몰트를 전부 거뒀습니다.
  3. 지금 병에 든 술은 2016년 무렵 통에 들어간 것입니다. 니카가 재고가 없다고 알리던 바로 그때입니다.

지난달부터 미국 주류 매장들이 짙은 초록 라벨의 일본 위스키를 진열대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니카 위스키의 미야기쿄 싱글몰트 10년. 한 병에 174.99달러입니다. 그런데 니카가 미국 전역에 배정한 물량은 1,572병입니다. 주마다 고르게 나누면 서른 병 남짓입니다. 위스키 애호가들이 매장을 도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병은 2015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 나온, 숫자 달린 미야기쿄이기 때문입니다.

1,572병
미야기쿄 싱글몰트 10년의 2026년 미국 전체 물량 — 주마다 서른 병 남짓입니다

한정판 장사라고 보면 이야기가 깔끔합니다. 명품 매장이 대기줄로 몸값을 올리듯, 위스키 회사도 물량을 조여 이름값을 키운다 — 실제로 그렇게 하는 회사들이 있으니 그럴 만한 의심입니다. 그런데 이 병은 사정이 다릅니다. 1,572병은 니카가 고른 숫자가 아니라 니카에게 남은 숫자였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를 정한 건 지금의 마케팅팀이 아니라 30년 전의 회사였습니다.

니카는 산토리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위스키 회사입니다. 창업자 다케쓰루 마사타카는 1918년 스코틀랜드로 건너가 증류를 배워 온 인물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그를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 부릅니다. 그가 1934년 홋카이도에 세운 첫 증류소가 요이치, 1969년 센다이 근교 산골짜기에 세운 두 번째 증류소가 미야기쿄입니다. 지난달 미국에 도착한 그 병의 고향입니다.

10이라고 적으려면

라벨의 숫자부터 풀고 가겠습니다. 위스키 병에 적힌 10은 병에 든 원액 가운데 가장 어린 것이 나무통에서 보낸 햇수입니다. 업계는 이 표기를 에이지 스테이트먼트(age statement), 우리말로 숙성 연수 표기라고 부릅니다. 10이라고 적으려면 병 속 모든 원액이 적어도 10년을 통에서 잤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숫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물건으로 치면 광고 문구보다 정기예금 증서에 가깝습니다. 10년 만기 정기예금에서 오늘 찾을 수 있는 돈은 10년 전에 맡긴 돈뿐입니다. 회사 금고에 지금 현금이 아무리 쌓여 있어도 소용없습니다. 오늘 새로 튼 예금의 만기는 2036년입니다. 시간은 돈으로 앞당길 수 없습니다.

한 손에 꼽던 배럴

일본인이 위스키를 가장 많이 마신 해는 1983년입니다. 그해 일본인은 국세청 집계로 38만 킬로리터를 비웠습니다. 당시 국세청은 브랜디를 위스키와 한 항목으로 셌습니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잔을 내려놓기 시작합니다. 1982년부터 3년 사이 일본 소주 '쇼추' 소비가 두 배 넘게 뛰며 위스키 자리를 파고들었습니다. 1984년에는 정부가 주세를 올렸고, 1991년에는 버블 경제가 무너졌습니다. 하락은 25년을 갔습니다. 2008년 바닥을 찍었을 때 일본의 위스키 소비량은 정점의 5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팔리지 않는 술을 계속 담그는 회사는 없습니다. 미국 전문지 위스키 애드버킷(Whisky Advocate)에 따르면 니카의 판매는 1989년이 꼭대기였습니다. 1990년대 내내 회사는 증류량을 줄였습니다. 일본 위스키 전문 매체 논자타(Nonjatta)가 2015년 당시 남긴 기록이 있습니다. 요이치와 미야기쿄 두 증류소 모두, 한 해 숙성고에 새로 넣은 배럴을 한 손에 꼽을 수 있던 해가 있었습니다. 예금으로 치면 새로 맡기는 돈을 끊은 겁니다.

62명이 매긴 점수

새로 맡기는 돈이 끊긴 그 예금을 세계가 발견한 해는 2001년입니다. 그해 영국의 전문지 위스키 매거진이 첫 'Best of the Best' 대회를 열었습니다. 전문가 62명이 위스키 47종에 점수를 매겼는데, 종합 1위가 스코틀랜드 술이 아니었습니다. 요이치 싱글 캐스크 10년. 니카의 술이었습니다. 2위도 산토리 히비키 21년이었습니다. 종주국 스코틀랜드를 제치고 일본 술 둘이 맨 앞줄에 섰습니다. 이 소식이 퍼지자 해외 수요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수요도 돌아옵니다. 2008년 산토리가 위스키에 탄산수를 타는 하이볼을 전국 캠페인으로 밀었고, 바닥을 기던 소비가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런데 회복이 반가울수록 셈은 나빠졌습니다. 손님은 오늘 오는데, 오늘 팔 술은 10년 전에 담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가 끝나고 석 달 뒤

경고등은 이미 켜져 있었습니다. 2014년 2월, 니카는 두 증류소 원액을 섞은 블렌디드 몰트 '다케쓰루 12년'을 재고 부족으로 단종했습니다. 그해 9월, NHK가 아침 드라마 「맛상」을 내보냅니다. 주인공이 바로 니카 창업자 다케쓰루와 스코틀랜드인 아내 리타입니다. 드라마는 이듬해 봄까지 150회를 이어가며 히트했습니다. 방영 석 달 만에 니카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늘었습니다. 니카 모회사 아사히맥주의 임원은 요미우리신문에 '경험한 적 없는 증가세'라고 말했습니다. 창업자의 일대기가 창업자의 숙성고를 비우고 있었습니다.

드라마가 끝나고 석 달 뒤인 2015년 6월, 니카는 세계 각국 수입사에 서한을 보냅니다. 요이치 10·12·15·20년과 미야기쿄 10·12·15년 — 숫자 달린 싱글몰트 전 제품을 거둔다는 통보였습니다. 이유를 설명한 문장이 솔직합니다.

"지금 전력으로 증류하고 있지만, 판매까지는 긴 숙성 기간이 필요합니다."

잔액이 바닥났다고 회사가 직접 밝힌 장면입니다. 9월부터 일본에서, 이듬해 초부터 국제 시장에서, 니카는 그 자리를 숫자 없는 병으로 채웠습니다. 업계는 이런 병을 무연산(NAS·No Age Statement)이라고 부릅니다. 나이가 제각각인 술을 섞되 가장 어린 것의 나이를 밝히지 않는 방식입니다.

2026 빼기 10

복귀도 같은 산수를 따랐습니다. 니카는 2022년 요이치 10년을 먼저 되살렸습니다. 미야기쿄 10년은 지난달에 돌아왔습니다. 우리도 뺄셈을 해보겠습니다. 2026년에 10년산을 팔려면 원액은 늦어도 2016년에는 통에 들어갔어야 합니다. 니카가 '전력으로 증류하고 있다'는 서한을 쓰던 바로 그 무렵입니다. 지금 미국 매장의 1,572병에 든 액체는, 숙성 원액이 가장 모자라던 시절에 10년 뒤를 보고 든 예금입니다.

175달러가 몸값 올리기의 결과 아니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희소하니 비쌉니다. 다만 순서가 반대입니다. 비싸려고 줄인 게 아니라, 모자라서 비싸졌습니다. 10년을 채운 술은 지금도 귀합니다. 이번 10년산은 앞으로의 병입을 이어가려고 신중히 남겨둔 몫으로 만들었다고 회사는 밝혔습니다. 요이치 10년과 함께 해마다 한정 수량만 병에 담습니다. 해마다 조금씩만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입니다.

우리는 라벨의 숫자를 품질 보증으로 읽습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그 숫자는 회사가 10년 전에 무엇을 했는지 적어둔 기록이기도 합니다. 2015년에 바닥난 숙성 원액은 1990년대의 감산이 만든 결과였고, 2026년의 1,572병은 2016년의 증류량이 정했습니다. 니카가 올해 통에 넣는 술도 벌써 어느 해의 숫자를 정하는 중입니다. 답은 2036년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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