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뒤 유럽이 27년 만에 캄캄해집니다 — 옛사람들도 일식 날짜는 맞혔습니다. 못 맞힌 건 장소였습니다 — Woody Magazine, 2026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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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8일 (토)
과학
나흘 뒤 유럽이 27년 만에 캄캄해집니다 — 옛사람들도 일식 날짜는 맞혔습니다. 못 맞힌 건 장소였습니다
일식이 언제 오는지는 3천 년 전에도 알았습니다. 어디로 오는지를 종이에 그린 건 1715년입니다. 그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따라가 봅니다.
나흘 뒤인 8월 12일 저녁, 스페인 북부와 아이슬란드 서쪽에서 해가 사라집니다. 유럽 본토에서 개기일식을 보는 건 1999년 8월 이후 27년 만입니다. 마요르카와 레이캬비크의 숙소는 이미 몇 달 전에 찼고, 스페인 북부로 들어가는 항공편에는 여름 성수기 수요 위에 일식 수요가 얹혔습니다. 27년에 한 번이라니 이 정도는 그럴 만합니다.
그런데 그 27년이 어디서 나오는 숫자인지는 아무도 잘 묻지 않습니다.
폭 293km짜리 띠
개기일식 자체는 희귀한 사건이 아닙니다. 지구 어딘가에서는 평균 18개월에 한 번꼴로 일어납니다. 3년에 두 번입니다. 우리가 그걸 못 보고 사는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달그림자 안쪽,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부분을 본그림자(umbra)라고 합니다. 이 본그림자가 지구 표면에 남기는 자국이 아주 좁습니다. 이번 일식은 가장 넓은 지점이 293km입니다. 둘레 4만km짜리 공 위를 폭 300km도 안 되는 띠가 스치고 지나가는 셈입니다. 벨기에 천문학자 장 뫼스가 계산한 평균은 375년입니다. 지구 위 한 지점에서 개기일식을 다시 보려면 그만큼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니 물어야 할 건 따로 있습니다. 일식이 드물어서 유럽이 27년을 기다린 게 아니라면, 그동안 그림자는 어디에 떨어지고 있었느냐.
바빌로니아의 점토판
우리가 흔히 아는 이야기부터 짚겠습니다. 옛사람들은 일식을 불길한 징조로 여겨 두려워했고, 과학이 그 공포를 걷어냈다는 이야기입니다. 절반은 맞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좀 다릅니다. 일식이 언제 일어나는지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기원전 7~8세기쯤 바빌로니아 천문학자들은 밤하늘을 매일 관측해 점토판에 적었습니다. 수백 년치 기록이 쌓이자 규칙이 보였습니다. 일식과 월식이 18년쯤 지나면 거의 똑같은 모습으로 되돌아온다는 규칙이었습니다. 이 주기를 오늘날 사로스(Saros)라고 부릅니다.
정확히는 18년 11일 8시간입니다. 왜 하필 이 길이냐면, 달에는 성격이 다른 주기가 셋 있고 그것들이 이쯤에서 거의 동시에 제자리로 오기 때문입니다.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으로 돌아오는 주기, 기울어진 달 궤도가 지구 궤도면을 가로지르는 지점으로 돌아오는 주기입니다. 첫 번째 주기가 223번 지나는 동안 나머지 둘도 거의 같은 시간을 채웁니다. 세 시계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겁니다.
그러니 18년 전에 일식이 있었으면 18년 뒤에도 있습니다. 해와 달과 지구가 거의 같은 자세로 다시 섭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이 시간표를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날짜에서 남는 8시간
문제는 11일 뒤에 붙은 8시간입니다.
18년 11일까지는 날짜로 딱 떨어집니다. 그런데 8시간이 남습니다. 하루의 3분의 1입니다. 그동안 지구는 계속 돕니다. 3분의 1바퀴, 경도로 약 120도를 더 돌아 버립니다.
달그림자는 예정대로 옵니다. 그 사이 지구가 자세를 바꿔 버립니다. 그래서 같은 사로스에 속한 다음 일식은 직전 일식보다 경도 120도쯤 서쪽에 떨어집니다. 세 번을 반복해야, 그러니까 54년 34일이 지나야 그림자가 대략 원래 지역으로 돌아옵니다.
기차로 치면 시간표만 있고 노선도가 없는 상태입니다. 몇 시에 출발하는지는 적혀 있습니다. 어느 역에 서는지는 안 적혀 있습니다.
18년 전 그림자는 시베리아에 있었습니다
8월 12일 일식은 사로스 126번 계열에 속합니다. 1179년에 시작해 2459년에 끝나는, 일식 72번으로 이뤄진 한 가족입니다. 그중 48번째가 나흘 뒤 유럽에 옵니다.
바로 앞 47번째는 2008년 8월 1일이었습니다. 그날 달그림자는 캐나다 북극권 누나부트에서 시작해 그린란드를 넘고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노보시비르스크를 덮은 뒤, 중국 시안 부근에서 해가 지며 지구를 떠났습니다.
2008년 8월 1일에 18년 11일을 더하면 2026년 8월 12일입니다. 같은 가족이고 지속 시간도 비슷합니다. 2008년에 최대 2분 27초였고 이번에는 2분 18초입니다. 그런데 그림자가 떨어진 자리는 시베리아에서 아이슬란드로 옮겨 갔습니다. 지구가 8시간어치를 더 돌았기 때문입니다.
예보해 놓고 못 본 일식들
바빌로니아의 예보는 그래서 반쪽이었습니다.
월식은 사정이 나았습니다. 지구 그림자 속으로 달이 들어가는 현상이라 밤인 쪽 어디서나 보입니다. 시간만 맞히면 됐습니다. 일식은 다릅니다. 폭 300km짜리 그림자가 지구 어디에 떨어지느냐에 전부 달려 있습니다. 실제로 바빌로니아 점토판에는 예보해 놓고 정작 관측하지 못한 일식이 여럿 남아 있습니다. 그림자가 다른 대륙으로 갔기 때문입니다.
이 한계는 오래갔습니다. 2천 년 전 그리스에서 만든 안티키테라 기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청동 톱니바퀴를 맞물려 해와 달의 위치를 계산하던 이 장치는 사로스 주기까지 새겨 넣었지만, 개기일식이 지구 어느 땅에서 보일지는 내놓지 못했습니다. 탈레스가 기원전 585년 일식을 맞혔다는 유명한 이야기도 오늘날에는 과학보다 운으로 봅니다.
이름부터가 그렇습니다. 정작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이 주기를 사로스라고 부른 적이 없습니다. 사로스라는 이름은 1691년에 에드먼드 핼리가 붙였습니다. 11세기 비잔틴 사전에서 끌어온 단어인데, 바빌로니아어 šár는 사실 3600을 뜻하는 수 단위였습니다. 주기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NASA도 이 이름이 잘못 붙었다고 적어 두고 있습니다.
1715년 5월, 영국 지도 위의 띠
이름을 잘못 붙인 그 사람이 노선도를 처음 그렸습니다.
에드먼드 핼리는 76년마다 돌아오는 혜성에 이름을 남긴 영국 천문학자입니다. 스물두 살에 왕립학회 회원이 됐고 1720년에는 왕실 천문관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달을 관측했습니다. 까닭은 둘이었습니다. 먼저 뉴턴이 막 내놓은 중력 이론이 달의 움직임을 제대로 설명하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항해였습니다. 그 시절 뱃사람들은 바다 한가운데서 자기가 동서로 어디쯤 와 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달의 위치를 시계처럼 읽어 경도를 계산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기대가 걸려 있었습니다.
1715년 5월 3일, 영국 위로 개기일식이 지나갈 예정이었습니다. 핼리는 그 몇 달 전에 한 장짜리 인쇄물을 냈습니다. 영국 지도 위에 달그림자가 지나갈 띠를 그려 넣고, 지역별로 언제 어두워지는지 시각을 적은 물건이었습니다. 지도를 찍어 팔던 존 세넥스가 그해 3월에 인쇄했습니다.
이런 물건이 왜 하필 그때 나왔느냐. 뉴턴 덕분에 달이 왜 그렇게 도는지를 식으로 풀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반복을 세는 대신 궤도를 계산하면 그림자가 몇 시에 지구 어느 지점에 닿는지가 나옵니다. 시간표에서 노선도로 넘어간 순간입니다.
절반만 맞혔습니다. 시각 오차는 4분이 채 안 됐습니다. 그때로선 놀라운 정확도였습니다. 그런데 띠의 위치가 약 32km 어긋났습니다. 하필 그 32km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개기일식을 본다고 알고 기다렸다가 못 봤습니다. 원인은 핼리가 쓴 달 위치표였습니다. 달이 언제 어디에 있는지 미리 계산해 적어 둔 표인데, 당시 것은 아직 거칠었습니다.
관찰한 걸 알려 달라
핼리는 그 인쇄물에 부탁을 하나 적어 넣었습니다. 관찰한 것을 알려 달라, 특히 캄캄한 상태가 얼마나 이어졌는지 시간을 재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정말로 보고를 보냈습니다. 핼리는 그 자료를 모아 띠의 위치를 고친 두 번째 지도를 냈습니다. 그리고 그 지도에 9년 뒤인 1724년 일식의 경로까지 얹었습니다. 틀린 데를 고치고 나자 다음 것을 미리 그릴 자신이 생겼습니다.
핼리가 이 인쇄물을 낸 목적은 사실 겁을 없애는 쪽이었습니다. 해가 갑자기 사라지면 사람들이 흉조로 받아들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핼리는 이게 해와 달이 움직여서 생기는 당연한 결과일 뿐이라고 적었습니다.
레온, 저녁 8시 28분
그로부터 300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우리가 쥔 표는 다릅니다.
NASA가 내놓은 이번 일식 자료에는 도시 이름 옆에 시각이 분 단위로 붙어 있습니다. 모두 현지 시각입니다. 스페인 레온은 저녁 8시 28분부터 8시 30분까지, 사라고사는 8시 29분부터 8시 30분까지, 발렌시아는 8시 32분부터 8시 33분까지 캄캄합니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는 오후 5시 48분부터입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띠 바깥이라 해가 99%까지만 가려집니다. 그 1% 때문에 두 도시 사람들이 차를 몰고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이 최신 표의 뼈대 하나는 3천 년 묵은 것입니다. NASA는 지금도 모든 일식을 사로스 주기로 묶어 분류합니다. 나흘 뒤 일식의 이름표도 사로스 126의 48번째입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찾아낸 주기가 궤도 계산의 시대에도 그대로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요르카 숙소를 2년 전에 잡을 수 있는 건 이 표 덕분입니다. 시간표만 있던 시절에는 못 하던 일입니다. 어느 역에 서는지 모르는 기차표를 미리 끊을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 한마디
핼리는 바빌로니아의 셈 위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위에 뉴턴의 계산을 얹었고, 자기가 틀린 32km 위에는 고친 지도를 얹었습니다. 300년 뒤 NASA도 같은 셈 위에서 일식마다 번호를 매깁니다. 새 앎은 옛 앎을 지운 적이 없습니다. 옛 앎이 멈춘 자리에서 출발했을 뿐입니다.
출처·참고
- 출처 ↗ NASA Science, 「Total Solar Eclipse on August 12, 2026」 (도시별 개기 시각·부분식 가림률)
- 출처 ↗ NASA GSFC, Fred Espenak, 「Eclipses and the Saros」 (18년 11일 8시간·경도 120도·54년 34일)
- 출처 ↗ NASA GSFC, 「Periodicity of Solar Eclipses」 (사로스 이름의 유래와 오용)
- 출처 ↗ EclipseWise, 「Total Solar Eclipse of 2008 Aug 01」 (사로스 126계열 47번째)
- 출처 ↗ Sky & Telescope, 「The 2008 Eclipse and the Saros Cycle」
- 출처 ↗ Sky & Telescope, 「How Did the Ancients Predict Eclipses? The Saros Cycle」
- 출처 ↗ The Conversation, 「Humans have been predicting eclipses for thousands of years, but it's harder than you might think」 (안티키테라 기계·탈레스)
- 출처 ↗ Quanta Magazine, 「How the Ancient Art of Eclipse Prediction Became an Exact Science」
- 출처 ↗ Atlas Obscura, 「Eclipse Maps Entered a Golden Age Thanks to Edmond Halley」
- 출처 ↗ Jay M. Pasachoff, 「Halley and his maps of the total eclipses of 1715 and 1724」, Astronomy & Geophysics 40(2), 1999
- 출처 ↗ R. H. van Gent (위트레흐트대), 「A Catalogue of Eclipse Cycles」
- 출처 ↗ Live Science, 「How often do solar eclipses occur?」 (장 뫼스의 375년 계산)
- 출처 ↗ Space.com, 「Total Solar Eclipses: How Often Do They Occur (and 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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