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유럽에서 해가 사라집니다 — '재난(disaster)'은 사고가 아니라, 어긋난 별이라는 말이었습니다 — Woody Magazine, 2026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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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2일 (수)
어원 한 단어

오늘 저녁 유럽에서 해가 사라집니다 — '재난(disaster)'은 사고가 아니라, 어긋난 별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일식을 흉조로 읽던 시대가 단어 하나에 얼어붙었습니다. 420년 전, 그 하늘을 비웃는 대사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오늘 저녁, 스페인 레온의 하늘에서 해가 사라집니다. 현지 시각 저녁 8시 28분입니다. 유럽 본토로는 1999년 이후 27년 만의 개기일식이라, 사람들은 몇 달 전부터 이날에 맞춰 기차표를 끊었습니다. 필터 안경을 챙기고, 카메라를 세우고, 어느 도시에서 몇 분간 어두워지는지까지 알고 기다립니다. 재난과는 가장 먼 풍경입니다.

그럴 만합니다. 우리는 일식이 달의 그림자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오늘 그 하늘을 기다리면서 '재난'이라는 영어 단어를 한번 열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disaster. 이 단어 안에는 별이 들어 있습니다.

단어를 열면 별이 나옵니다

disaster는 이탈리아어 disastro에서 왔습니다. dis는 '나쁜, 어긋난'이고, astro는 '별'입니다. 라틴어 astrum과 그리스어 astron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astronomy(천문학)에 든 바로 그 astro입니다. 그러니 문자 그대로 옮기면 '어긋난 별'이 됩니다.

이 말은 1560년대에 프랑스어 désastre가 됐고, 1590년대에 영어로 건너왔습니다. 그런데 형용사가 먼저 도착했습니다. 1580년대 영어에 자리 잡은 disastrous의 첫 뜻은 '흉성 아래 태어난, 운이 나쁜'이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뜻입니다.

명사 disaster는 처음부터 두 얼굴로 쓰였습니다. 하나는 지금 우리가 아는 재앙이고, 다른 하나는 행성이 불길한 자리에 선 것 그 자체입니다. 사전들은 이 두 뜻이 거의 같은 시기에 나타났다고 적습니다. 그러니 셰익스피어 시대 사람이 disaster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재앙과 흉조가 한꺼번에 들렸습니다. 중세 라틴어에는 astrum sinistrum, '불길한 별'이라는 표현이 따로 있었을 정도입니다. 무언가 잘못되면 범인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하늘이었습니다.

단어는 화석과 비슷합니다. 조개가 죽어도 지층에 눌린 모양은 남습니다. 세계관도 그렇습니다. 믿음이 죽어도 그 형태는 말 속에 찍혀 남습니다. disaster는 '재난의 원인은 별'이라고 설명하던 시대가 남긴 화석입니다.

별이 첫 번째 용의자였습니다

점성술이라고 하면 우리는 신문 한구석의 오늘의 운세를 떠올립니다. 지금은 그 자리에 있으니 그럴 만합니다. 그런데 이 단어가 태어나던 시절의 점성술은 변두리가 아니라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대학이 천문학과 나란히 가르쳤고, 의사가 진단에 참조했고, 왕이 정사를 앞두고 물었습니다. 별의 자리가 지상의 일을 정한다는 건 그 시대의 상식이었습니다.

그게 어디까지 갔는지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1348년 흑사병이 프랑스를 덮치자 왕이 파리대학 의사들에게 원인을 물었습니다. 의사들이 내놓은 답은 토성과 화성과 목성이 한자리에 모인 탓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설명은 17세기까지도 통했습니다.

그 믿음 안에서 가장 무서운 '어긋난 별'이 일식이었습니다. 멀쩡하던 해가 대낮에 꺼지는 것보다 분명한 흉조는 없었으니까요.

이런 화석이 disaster 하나만도 아닙니다.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에서 묶어 놓은 목록이 있습니다. 독감을 부르는 influenza(인플루엔자)는 이탈리아어로 '영향'이라는 뜻입니다. 별이 내뿜는 보이지 않는 기운이 사람에게 흘러든다고 믿던 시절, 유행병을 그 영향 탓으로 돌리며 붙인 이름입니다. 유대인의 축하 인사 mazel tov는 본디 '좋은 별자리'라는 뜻입니다.

세이건의 목록 밖에도 같은 지층의 화석이 굴러다닙니다. 명랑한 기질을 가리키는 jovial은 목성(Jove) 아래 태어난 성격입니다. 침울한 saturnine은 토성(Saturn) 아래 태어난 성격이고요.

1605년 가을, 하늘이 두 번 꺼졌습니다

1605년 9월 잉글랜드 하늘에서 월식이 일어났고, 10월에는 일식이 이어졌습니다. 한 달 사이에 달과 해가 차례로 꺼진 겁니다. 그 무렵 셰익스피어가 『리어왕』을 씁니다. 학자들이 이 작품의 집필 시기를 좁힐 때 드는 여러 근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일식·월식입니다. 글로스터의 대사가 그해 가을의 하늘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1막 2장에서 글로스터 백작이 말합니다. 요즘의 저 일식과 월식은 우리에게 흉조라고. 사랑이 식고 우정이 떨어져 나가며, 형제가 갈라선다고. 도시에는 폭동, 나라에는 불화, 왕궁에는 반역이라고. 여기까지는 시대의 평균입니다. 이 대사를 들은 관객도 1605년 가을 그 하늘을 직접 봤고, 아마 같은 생각을 했을 테니까요.

그런데 아버지가 퇴장하자, 서자 에드먼드가 관객 쪽으로 돌아서서 내뱉습니다.

세상의 어리석음이란 이렇게 대단하다. 일이 잘못되면 — 대개는 제 행실이 넘친 탓인데 — 우리는 우리의 재난(disasters)을 해와 달과 별의 탓으로 돌린다. 마치 별의 강요로 악당이 되고, 하늘의 떠밂으로 바보가 된 것처럼.

제 못된 기질을 별자리에 떠넘기는 건 난봉꾼의 훌륭한 핑계라고, 에드먼드는 덧붙입니다. 420여 년 전의 대사입니다.

우리는 에드먼드에게 박수를 치고 싶어집니다. 맞는 말이니까요. 재난의 원인을 하늘에서 찾는 한 땅 위의 누구도 책임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셰익스피어는 이 대사를 극의 악당에게 줬습니다. 별을 탓하는 아버지를 속여 끝내 눈까지 잃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별 탓을 걷어낸 말은 옳았지만, 그 말을 한 자는 그렇게 얻은 자유를 배신에 썼습니다.

disaster라는 단어로 보면 이 장면은 이중으로 특별합니다. 관객에게 '별이 부른 재앙'으로 들리던 말이 무대 위에서 바로 그 뜻을 잃고 있으니까요. 비슷한 시기의 『햄릿』에도 "해에 나타난 disasters"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재앙이 아니라 하늘의 흉조를 가리키는 자리입니다.

오늘 저녁, 우리는 시간표를 들고 기다립니다

오늘 스페인에서는 NASA가 도시별로 계산한 표가 돌아다닙니다. 레온 저녁 8시 28분, 사라고사 8시 29분, 발렌시아 8시 32분. 초 단위까지 예보된 어둠입니다. 어긋난 별이 아니라 맞아떨어진 궤도입니다.

그사이 별은 용의자 명단에서 빠졌습니다. 유행병의 원인은 바이러스가 됐고, 흉년의 원인은 날씨가 됐고, 몰락의 원인은 장부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단어들은 그대로입니다. 독감을 influenza라 부를 때, 축하하며 mazel tov를 외칠 때, 무언가 무너져 disaster라고 쓸 때. 우리는 별을 탓하던 시대의 문장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 뜻을 믿는 사람이 남지 않았는데도요.

화석의 쓸모가 원래 그렇습니다. 조개를 되살리려고 보는 게 아니라, 그 자리가 한때 바다였다는 걸 알려고 봅니다. disaster라는 화석이 알려주는 것도 하나입니다. 재난 앞에서 인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대비가 아니었습니다. 범인 찾기였고, 첫 용의자는 하늘이었습니다.

오늘 저녁의 그 현상을 부르는 단어에도 화석이 하나 박혀 있습니다. eclipse는 그리스어 ekleipsis, '버리고 떠남'에서 왔습니다. 해가 제 자리를 버리고 사라진다고 본 시대의 말입니다. 우리는 오늘, 그 버림을 구경하러 갑니다.

세 줄 요약
  1. 오늘 저녁 스페인·아이슬란드 하늘에서 해가 사라집니다. 유럽 본토가 1999년 이후 27년 만에 맞는 개기일식입니다.
  2. '재난(disaster)'은 dis(어긋난)+astro(별), 곧 '어긋난 별'입니다. 영어에 들어온 16세기 말부터 재앙과 '행성이 불길한 자리에 선 것'을 함께 가리켰습니다. 1605년 가을 실제 일식·월식 직후 쓰인 『리어왕』은 그 사고방식을 비웃는 대사를 악당의 입에 넣었습니다.
  3. 별은 용의자 명단에서 빠진 지 오래지만, 우리는 재난이라는 단어를 쓸 때마다 하늘을 탓하던 시대의 문장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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