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버페스트 오늘 개막 — 일곱 번째 뮌헨 맥주는 못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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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9일 (토)

음식과 술2026년 9월 19일

오늘 개막하는 옥토버페스트는 뮌헨 맥주만 팝니다 — 뮌헨에서 빚은 일곱 번째 맥주는 못 들어갑니다

축제 규정에는 맥주 조건과 함께 양조장 여섯 곳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세 줄 요약

  1. 옥토버페스트 운영 규정은 뮌헨 순수령을 지킨 뮌헨 맥주만 팔게 하고, 그 맥주를 댈 양조장 여섯 곳을 이름으로 적어 둡니다.
  2. 2006년 뮌헨에서 문을 연 기싱어 브로이는 2021년부터 '뮌헨 맥주' 표시를 달고 있지만, 이 명단에 없어 축제에 맥주를 대지 못합니다.
  3. 여섯 곳이 자격 없이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건을 채운 양조장이 새로 생겨도 명단은 저절로 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의 큰 천막에서 "오자프트 이스(O'zapft is)!"라는 외침이 울렸습니다. '통을 땄다'는 바이에른 말입니다. 주최 측은 뮌헨시에서 이름 사용 승인을 받은 국내 첫 공식 옥토버페스트라고 소개했습니다. 서울 축제는 21일까지 이어집니다.

오늘 저녁 7시(한국 시간)에는 뮌헨에서 같은 외침이 나옵니다. 191번째 옥토버페스트가 문을 여는 순간입니다. 올해 첫 맥주통은 지난 5월 취임한 도미니크 크라우제 시장이 땁니다. 시장이 되고 처음 맞는 개막입니다. 10월 4일까지 600만 명쯤이 축제장인 테레지엔비제 광장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 평균 37만 명꼴입니다.

축제 이름은 서울까지 건너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뮌헨 안에는 '뮌헨 맥주' 표시를 달고도 이 축제에 들어가지 못하는 양조장이 있습니다.

규정 제51조

옥토버페스트는 뮌헨시가 여는 축제이고, 시의회는 해마다 운영 규정을 새로 의결합니다. 올해 규정은 82쪽입니다. 천막 영업시간부터 쓰레기 처리까지 다 들어 있고, 맥주 이야기는 제51조에 있습니다.

제51조는 이 축제를 뮌헨 맥주의 전통 축제라고 적습니다. 그래서 1487년 뮌헨 순수령과 1906년 독일 순수령을 지킨 맥주만 팔 수 있습니다. 순수령은 맥주에 넣을 수 있는 재료를 정해 둔 옛 규칙입니다.

여기까지는 조건입니다. 그런데 조항이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맥주는 '역량 있고 검증된 뮌헨 전통 양조장'이 빚어야 한다고 쓰고, 괄호를 열어 '현재는'이라며 이름 여섯 개를 적습니다. 아우구스티너, 하커프쇼르, 뢰벤브로이, 파울라너, 슈파텐, 국립 호프브로이하우스입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상할 게 없습니다. 뮌헨 축제니 뮌헨 맥주를 팔고, 전통 축제니 오래된 양조장이 들어가는 게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우리 눈에도 그럴 만합니다.

그런데 이 조항은 학교 지정 교복 판매점과 닮았습니다. 학교는 교복 규격을 정해 두고, 그 규격대로 파는 가게 이름도 함께 공지합니다. 동네에 새 가게가 문을 열어 똑같은 옷을 지어도, 공지문에 이름이 없으면 그 학교 교복으로 팔 수 없습니다.

기싱의 우물

기싱어 브로이는 슈테펜 마르크스가 2006년 뮌헨 기싱 동네의 차고에서 시작한 양조장입니다. 지금은 한 해 5만 헥토리터를 빚습니다. 500밀리리터 캔으로 치면 1천만 개쯤 되는 양입니다.

뮌헨에 주소를 둔 것만으로는 '뮌헨 맥주'라는 이름을 쓸 수 없습니다. 뮌헨 맥주는 유럽연합이 보호하는 지리적 표시입니다. 우리의 '보성 녹차'처럼,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방식으로 만들어야 그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그 조건 가운데 하나가 뮌헨 땅속 깊은 우물의 물로 빚는 일입니다.

기싱어는 공장에 깊은 우물을 팠고, 2021년부터 '뮌헨 맥주' 표시를 씁니다. 조건만 채우면 누구나 달 수 있는 표시입니다. 이 표시로 기싱어는 일곱 번째 '뮌헨 맥주'가 됐습니다. 옥토버페스트 명단에는 여전히 없습니다.

역량이라는 조건

반론이 있습니다. 옥토버페스트의 큰 천막 하나에는 수천 명이 앉습니다. 작은 양조장이 16일 동안 끊기지 않고 맥주를 대기는 어렵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마르크스도 2024년 인터뷰에서, 그때로선 큰 천막을 맡기 어렵고 작은 천막이라면 문제없다고 했습니다.

같은 해 아우구스티너의 경영자도 비슷하게 답했습니다. 당시 그는 기존 여섯 곳이 모인 뮌헨 양조장 협회의 회장이었습니다. 축제에 들어가는 데는 권리만이 아니라 의무도 따르고, 관건은 역량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51조에는 역량이 숫자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한 해에 얼마를 빚어야 하는지, 몇 년을 버텨야 '검증된' 양조장인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적혀 있는 건 이름 여섯 개입니다. 교복으로 치면 원단 기준은 적어 두고, 가게가 얼마나 커야 하는지는 적지 않은 채 가게 이름만 올려 둔 셈입니다.

시에 물어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24년 시 경제노동국 대변인은 기싱어를 받는 데 새 규칙은 필요 없고, 양조장이 규정의 조건을 채우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어떤 조건이 모자란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21,000 / 35,000
기싱어 브로이가 이달 초까지 모은 주민투표 청구 서명과 필요한 서명 수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그래서 기싱어는 명단을 다시 쓰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올해 2월 19일 주민투표 청구 서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뮌헨 유권자 100명 가운데 3명이 서명하면 시의회가 이 안건을 다뤄야 합니다. 양조장 설명에 따르면 시의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석 달 안에 주민투표가 열립니다.

서명은 5주 만에 1만 명을 조금 넘겼고, 여름을 지나 2만 1천 명이 됐습니다. 필요한 수의 6할입니다.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여섯 곳의 주인

이쯤 되면 명단 속 여섯 곳은 뮌헨 토박이 가족 회사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슈파텐과 뢰벤브로이는 1997년 한 그룹으로 합쳤고, 2003년 벨기에 맥주 회사 인터브루에 팔렸습니다. 인터브루는 이후 합병을 거듭해 지금의 AB 인베브가 됐습니다. 파울라너와 하커프쇼르가 속한 파울라너 그룹은 뮌헨의 쇠르그후버 그룹이 70%, 네덜란드 하이네켄이 30%를 가지고 있습니다.

호프브로이하우스는 바이에른 주정부가 가진 국영 양조장입니다. 아우구스티너는 1996년 세워진 공익 재단이 최대 주주입니다.

그렇다고 규칙을 어긴 곳은 없습니다. 여섯 곳은 모두 뮌헨 안에서 순수령대로 맥주를 빚습니다. 규정이 따지는 것도 어디서 어떻게 빚느냐입니다. 누가 주식을 가졌느냐는 묻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인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에도 명단의 이름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이런 규칙을 보통 지역을 지키는 규칙으로 읽습니다. 절반은 맞습니다. 뮌헨 밖에서 빚은 맥주는 지금도 이 축제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나머지 절반은 명단의 몫입니다. 조건을 채운 양조장이 새로 생겨도 명단은 저절로 늘지 않습니다.

지정 교복 명단은 새 가게가 문을 열 때 바뀌지 않습니다. 학교가 공지문을 다시 쓸 때 바뀝니다. 뮌헨시는 이 공지문을 해마다 새로 씁니다. 올해도 이름 여섯 개를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출처·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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