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US오픈 결승입니다 — 작년 이 대회는 칵테일 한 종류로 1,7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 Woody Magazine, 2026년 9월 11일
Woody Magazine
뉴스가 아닌 것들을 씁니다
2026년 9월 11일 (금)
이번 주말 US오픈 결승입니다 — 작년 이 대회는 칵테일 한 종류로 1,7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세 줄 요약
- US오픈 테니스가 이번 주말 끝납니다. 작년 이 대회에서 '허니 듀스'라는 칵테일이 73만 8천 잔 팔렸습니다. 한 잔에 23달러입니다.
- 2007년 첫해에는 12달러에 2만 4천 잔이었습니다. 값이 두 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팔린 잔 수는 서른 배가 됐습니다.
- 대회가 폭리를 취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술이 번 돈은 대회 매출의 3%입니다. 이야기는 술이 아니라 컵에 있습니다.
뉴욕 퀸스의 플러싱 메도스, 경기장 문을 들어서면 코트보다 먼저 보이는 게 있습니다. 분홍빛 음료가 든 키 큰 플라스틱 컵입니다. 위에는 연두색 멜론 세 알이 꼬치에 꽂혀 떠 있습니다. 이 컵이 관중석에도, 계단에도, 매점 앞 줄에도 있습니다. 대회 기간 중에는 1.5초에 한 잔꼴로 나갑니다.
값은 23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3만 원 안팎입니다. 뉴욕 물가가 원래 그렇지, 하고 넘기실 만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이 술은 2007년에 12달러였고, 값이 오르는 동안 판매량이 줄지 않았습니다. 늘었습니다. 그것도 서른 배가요. 값을 올려도 더 팔리는 물건이 있다면, 사람들이 정말 술을 사고 있는지부터 따져 봐야 합니다.
관중 100명이 들어오면 65잔이 나갔습니다
미국테니스협회(USTA)가 지난해 대회를 마치고 낸 공식 집계입니다. 2025년 US오픈 3주 동안 허니 듀스는 738,459잔 팔렸습니다. 전해보다 32% 늘어난 숫자입니다. 한 잔 23달러를 곱하면 1,7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230억 원 안팎입니다.
같은 기간 경기장을 찾은 사람은 1,144,562명이었습니다. 관중 100명이 문을 지날 때마다 65잔이 팔린 셈입니다. 한 사람이 여러 잔을 사기도 하니 실제로 산 사람은 그보다 적겠지만, 그래도 문을 지난 사람 셋 중 둘꼴로 컵이 나간 셈입니다. 대회 운영진은 하루에 6만 잔 가까이 나간 날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한 가지는 먼저 접어 두겠습니다. USTA가 이 술로 큰돈을 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US오픈은 2024년에 5억 6,000만 달러를 벌었고, 이 대회 하나가 USTA 한 해 매출의 90%입니다. 칵테일 1,700만 달러는 그중 3%입니다. 협회 입장에서는 있으면 좋은 부수입이지, 대회를 굴리는 돈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 술이 매년 뉴스가 됩니다. 돈이 아니라 파는 방식이 별나서입니다.
2007년, 과일 샐러드에서 시작했습니다
보드카 브랜드 그레이구스는 2006년에 US오픈 공식 후원사가 됐습니다. 대회에서 팔 새 칵테일이 필요했고, 그 일을 뉴욕 출신 레스토랑 경영자이자 브랜드 홍보를 맡고 있던 닉 마우톤에게 맡겼습니다. 마우톤은 뒤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일 샐러드를 만들다 보니, 동그랗게 파낸 허니듀 멜론이 테니스공을 닮았더라고요. 보드카에 레모네이드와 라즈베리 리큐어를 섞고 그 멜론볼 세 개를 꽂았습니다.
2007년 첫해에는 한 잔 12달러였고 약 2만 4천 잔이 팔렸습니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지만, 지금 숫자와 견주면 30분의 1입니다. 술 자체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달라진 것은 술이 담긴 컵, 그리고 그 컵을 다루는 방식이었습니다.
켄터키 더비를 보고 왔습니다
US오픈이 열리는 국립테니스센터의 운영 책임자 다니엘 자우스너는 이 술의 설계를 켄터키 더비에서 가져왔다고 스포츠 전문 매체 프런트 오피스 스포츠에 말했습니다. 켄터키 더비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마 대회이고, 거기서는 민트 줄렙이라는 위스키 칵테일을 대회 주말에만 12만 잔 팝니다. 자우스너 눈에 들어온 건 술이 아니었습니다. 그 뒤의 행동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물건 하나를 떠올리면 이야기가 쉬워집니다. 포켓몬빵입니다. 빵을 사면 스티커가 딸려 오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스티커를 사려고 빵을 삽니다. 빵은 먹고 스티커는 남습니다. 허니 듀스의 컵이 그 스티커입니다. 술은 마시고 컵은 남습니다.
컵에는 US오픈 역대 단식 우승자 전원의 이름이 찍혀 있고, 해마다 그 해 우승자를 더해 새로 찍습니다. 그러니 2024년 컵과 2025년 컵은 다른 물건입니다. 그리고 술이 든 컵은 경기장 안에서, 대회 기간에만 살 수 있습니다. 이 조건들이 한꺼번에 걸리면 사람은 술값을 계산하지 않게 됩니다. 뉴욕에서 US오픈을 10년 넘게 다닌 한 관객은 결혼할 때 혼수 목록 1번으로 멜론볼 파는 도구를 올렸다고 했습니다. 집에는 컵이 찬장 하나를 채우고 있다고요.
술이 없던 해에도 컵은 남았습니다
컵이 상품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건이 셋 있습니다.
첫째, 2020년입니다. 그해 US오픈은 코로나로 관중 없이 열렸습니다. 술을 팔 사람이 없었는데 컵은 이미 5만 개가 발주돼 있었습니다. 대회는 그 컵을 그냥 나눠 줬습니다. 자우스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슬프게도 그 컵이 그해 대회에서 나온 거의 유일한 기념품이 됐다고요. 술이 빠져도 컵은 기념품으로 섰습니다.
둘째, 중고 시장입니다. 대회가 끝나면 이베이에 빈 컵이 개당 10달러에서 20달러에 올라옵니다. 여섯 개 묶음이 100달러에 팔립니다. 술을 다 마신 뒤에도 값이 붙는 컵은 흔치 않습니다.
셋째, 공식 기념품 가게입니다. 같은 컵을 술 없이 두 개에 14달러에 팝니다. 한 개에 7달러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가게를 지나쳐 23달러짜리 줄에 45분씩 섭니다. 7달러짜리 빈 컵과 23달러짜리 찬 컵은 물건이 다릅니다. 하나는 산 것이고 하나는 그날 거기서 마신 것입니다. 사람들이 사는 건 뒤쪽입니다.
10년 동안 값을 여섯 번 올렸습니다
허니 듀스는 2012년에 14달러였고 2022년에 22달러가 됐습니다. 57% 올랐습니다. 같은 10년 동안 미국 물가는 29% 올랐습니다. 물가의 두 배 속도로 값을 올렸는데 판매량은 매년 늘었습니다. 2024년부터는 23달러이고, 올해로 3년째 같은 값입니다. 올해 대회를 앞두고 미국 언론이 "허니 듀스 값 동결"을 기사로 썼습니다. 칵테일 한 잔 값이 안 올랐다는 게 뉴스가 되는 자리까지 온 겁니다.
그래도 맛있으니까 팔리는 것 아니냐, 하실 수 있습니다. 그 술을 매년 사는 사람들의 말이 답이 됩니다. 한 관객은 프런트 오피스 스포츠에 "맛있는 술이지만 US오픈 밖에서는 절대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관객은 "너무 비싸고 취하지도 않는다. 분위기값이다. 이미 표를 샀으니 끝까지 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 다 술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날 거기 있었다는 표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호주오픈이 같은 방식을 그대로 가져갔습니다
이 방식이 통한다는 건 다른 대회가 증명했습니다. 윔블던의 핌스는 대회 기간에 30만 잔이 나가는데, 이쪽은 50년 넘은 전통이라 누가 설계한 게 아닙니다. 설계한 사례는 호주오픈입니다. 2025년 호주오픈은 그레이구스와 함께 '레몬 에이스'라는 칵테일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대회 운영진이 런던까지 가서 레시피를 짰고, 첫해에 10만 잔이 팔렸습니다. 허니 듀스의 성공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보겠다는 시도였고, 같은 후원사가 같은 방법을 다른 대륙에 옮긴 것입니다.
왜 하필 테니스인지도 자우스너가 답했습니다. 사람들이 경기장에 8시간을 머문다는 것입니다. 농구나 미식축구처럼 경기 하나에 집중하는 종목이 아니라, 경기 사이에 쉬는 시간이 길고 이 코트 저 코트를 돌아다니는 종목입니다. 손에 무언가를 들고 다닐 시간이 있는 종목에서 컵은 소품이 됩니다.
올해는 컵 80만 개를 주문했습니다
지금 대회 뒤에서는 이 술을 위한 공급망이 돌아갑니다. 봄이면 뉴욕의 식자재 회사가 캘리포니아의 멜론 농장에 전화를 걸어, 올해 대회에 쓸 허니듀를 얼마나 심을지 정합니다. 올해는 8,000상자, 트럭 여덟 대 분량이 사흘 넘게 달려 뉴욕에 왔습니다. 2024년에는 전용 탭을 놓았고, 지금은 보드카와 레모네이드를 미리 섞어 둡니다. 그전까지는 바텐더가 한 잔씩 계량해서 만들었고, 그래서 줄이 45분씩 늘어졌습니다. 그리고 컵은 올해 80만 개를 발주했습니다. 작년 판매량보다 6만 개 많은 숫자입니다.
US오픈은 술장사를 잘한 게 아닙니다. 빵에 스티커를 붙이듯 컵에 그해 대회를 붙였고, 그 컵을 손에 넣는 길을 하나로 좁혔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술값을 세지 않게 됐습니다. 그들이 산 것은 올해 여기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술은 딸려 왔습니다.
출처·참고
- 출처 ↗ Tennis Now, "US Open Draws Record 1.14 Million Fans" (USTA 2025.9.15 공식 발표 정리), 2025.9.15
- 출처 ↗ Sportico, "2025 U.S. Open's Honey Deuce Drink Sales Spike 32% Year-Over-Year", 2025.9.17
- 출처 ↗ Front Office Sports, "The Honey Deuce Effect: How Tennis Perfected the Signature Cocktail", 2025.8.24
- 출처 ↗ ESPN, "What is a Honey Deuce? Inside the US Open's signature cocktail", 2026.9
- 출처 ↗ Yahoo Sports, "US Open 2026: The Honey Deuce is ready to take on all cocktail challengers", 2026.8
- 출처 ↗ Inc., "The US Open's Honey Deuce Will Remain at $23 in 2026", 2026.8
- 출처 ↗ Grey Goose 공식 FAQ, "How much does a Honey Deuce cost at the 2026 US Open?"
- 출처 ↗ WTA, "US Open 2026: Dates, draws, schedule, prize money", 2026.8
- Fox News Digital, 닉 마우톤 인터뷰 "Honey Deuce, US Open's signature cocktail, owes its origin to honeydew melon balls"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