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3일 — 스페인과 그리스는 금요일 대신 오늘을 꺼립니다
Woody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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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3일 (화)
오늘은 화요일 13일 — 스페인과 그리스에선 금요일이 아니라 오늘을 꺼립니다
불길한 날마다 '시작된 사건'이 하나씩 붙어 있습니다. 사건과 미신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 기록을 따라가 봤습니다.
세 줄 요약
- 스페인어권과 그리스에서 불길한 날로 치는 건 금요일보다 오늘 같은 화요일 13일입니다.
- 13일의 금요일은 1307년 오늘 템플기사단이 잡혀간 데서 시작됐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이 미신을 처음 글로 남긴 건, 지금까지 찾은 기록으로는 500여 년 뒤 파리의 한 잡지입니다.
- 템플기사단이 그날 잡혀간 건 사실입니다. 그 일로 미신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기록과 맞지 않습니다.
오늘은 10월 13일, 화요일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런 날 오래된 속담을 꺼냅니다. "화요일엔 결혼도 하지 말고 배도 타지 마라." 그리스에서도 오늘은 새 일을 벌이지 않는 날로 칩니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여러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개를 갸웃할 만합니다. 우리가 아는 불길한 날은 13일의 금요일이니까요. 공포영화 제목도, 해마다 도는 괴담도 다 금요일입니다. 그런데 같은 13일이라도 나라에 따라 꺼리는 요일이 다르고, 이탈리아는 아예 17을 꺼립니다. 르노가 '17'이라는 차를 이탈리아에서만 '177'로 이름을 바꿔 팔았을 정도입니다.
날짜 하나를 두고 나라마다 이렇게 엇갈린다면, 이 미신은 생각만큼 오래되지도 단단하지도 않을지 모릅니다. 기록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실제로 그렇습니다. 마침 오늘은 그 추적을 시작하기 좋은 날입니다. 13일의 금요일이 어디서 시작됐느냐고 물으면 가장 자주 나오는 답이 바로 10월 13일이기 때문입니다.
1307년 10월 13일은 금요일이었습니다
719년 전 오늘, 프랑스 왕 필리프 4세가 나라 안의 템플기사단원을 한꺼번에 잡아들였습니다. 템플기사단은 십자군 시절 성지 순례자를 지키려고 만든 수도사 기사단입니다. 두 세기 동안 기부받은 땅과 돈을 굴리며 유럽의 은행 노릇까지 했습니다. 왕은 돈이 궁했습니다. 기사단에는 돈이 있었습니다.
왕은 한 달 전부터 이 일을 준비했습니다. 9월 14일 전국의 관리들에게 비밀 체포 명령을 내려보냈고, 날짜는 10월 13일로 잡아 두었습니다. 기사단 총장 자크 드 몰레는 체포 하루 전, 왕의 제수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 왕은 자기 집안 장례식에 왔던 손님을 이튿날 새벽 잡아들였습니다. 그날이 금요일이었습니다. 몰레는 7년 뒤 화형대에 올랐습니다.
13일, 금요일, 배신, 몰락. 미신의 기원 이야기로 이만한 게 없습니다. 우리가 믿고 싶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야기도 옷과 같아서, 너무 잘 맞으면 한 번쯤 의심해 볼 만합니다. 기성복이 몸에 꼭 맞는 일도 있지만, 대개 그렇게 꼭 맞는 옷은 치수를 먼저 재고 지은 옷입니다.
따져 보면 이 이야기는 생각보다 젊습니다. 템플기사단과 13일의 금요일을 잇는 이야기가 널리 퍼진 데는 2003년 소설 『다빈치 코드』의 몫이 컸습니다. 미국 의회도서관 민속생활센터의 민속학자 스티븐 위닉이 그 출처를 따라가 봤습니다. 20세기 전에는 그렇게 말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세 사람 대부분은 왕의 명령이 며칠에 떨어졌는지 알 길도 없었다고 그는 덧붙입니다.
알려진 가장 이른 기록은 1834년 파리에 있습니다
물론 금요일과 13이 오래전부터 불길했다는 말은 맞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금요일마다 금식했습니다. 타로 카드의 '죽음' 패에는 늦어도 1565년부터 13이 붙어 있었습니다. 다만 둘은 따로따로 불길했습니다. 둘을 한 날짜로 묶어 꺼린 건 한참 뒤의 일입니다.
그 '한참'이 얼마였는지 우리가 달력으로 직접 세어 봤습니다. 1307년 그 금요일 이후 1833년 말까지 527년 동안, 13일의 금요일은 905번 더 돌아왔습니다. 한 집안으로 치면 스무 세대가 바뀌고도 남는 시간입니다. 그동안 이날을 꺼렸다는 글은 위닉의 조사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찾은 첫 기록 두 건은 그다음 해 프랑스에서 나옵니다.
하나는 파리의 문예지 『르뷔 드 파리』에 실린 글입니다. 시칠리아의 한 백작이 13일의 금요일에 딸을 죽인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필자는 불행을 부르는 건 늘 금요일과 13이라는 숫자라고 썼습니다. 다른 하나는 같은 해 나온 희곡 『그리부유의 꾀』의 대사입니다.
"나는 1813년 12월 13일 금요일에 태어났고, 내 모든 불행이 거기서 왔다."
그런데 달력을 짚어 보면 이상합니다. 1813년 12월 13일은 월요일입니다. 그해 13일이 금요일이었던 달은 8월 하나뿐입니다. 작가가 일부러 그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 대사 속 날짜는 달력보다 불행 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위닉 자신도 단서를 달아 둡니다. 잡지 글은 금요일과 13을 따로따로 탓한 말일 수 있고, 희곡 대사는 그 하루만 가리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1858년 단막 희곡에는 "평생 운이 없었다, 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났으니"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그 무렵이면 프랑스에서 이 믿음이 흔했다는 것이 위닉의 결론입니다.
위닉이 소개한 19세기 프랑스 작가들이 탓한 건 금요일과 13이라는 숫자였습니다. 템플기사단은 아무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기사단을 잡아들인 바로 그 나라의 작가들인데도 그랬습니다.
첫 기록을 언제로 볼지는 학자마다 다릅니다. 인디애나대 민속학 사서 모이라 마시는 1913년을 첫 인쇄 기록으로 꼽습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1307년에서 500년 넘게 떨어져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는 설명을 붙여 들어왔습니다
위닉의 정리로는 이 믿음이 19세기 후반에 대서양을 건넜습니다. 1870년대 프랑스 희곡 『렐리아』의 여주인공은 13일의 금요일이라며 새 출발을 망설입니다. 그러다 자정이 넘어 14일 토요일이 됐다는 말에 기뻐합니다. 1879년 영어판을 만든 사람들은 "오늘은 13일의 금요일이에요"라는 그녀의 대사 뒤에 "얼마나 불길한지!"를 덧붙였습니다. 미국 관객이 왜 날짜 이야기를 하는지 모를까 봐 붙였을 것이라고 위닉은 봅니다. 1886년 시카고의 한 신문은 이 미신을 소재로 한 우스개에 '프랑스 농담'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습니다.
1890년대가 되면 미국 신문에 13일의 금요일이 흔하게 나옵니다. 1907년 미국 소설 『13일의 금요일』에 나오는 월가 사람들은 이미 이날을 징크스의 날로 압니다. 그리고 1980년 같은 제목의 공포영화가 나오면서 전 세계가 이 날짜를 외우게 됐습니다.
그리스는 29일을 13으로 셉니다
화요일 쪽에도 '시작된 사건'이 있습니다. 그리스 언론은 화요일 13일이 돌아올 때마다 1453년 콘스탄티노폴리스 함락을 꺼냅니다. 천 년 넘게 버틴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가 오스만 군대에 넘어간 날입니다. 그날은 정말 화요일이었습니다. 다만 날짜가 5월 29일입니다.
모자란 13은 이렇게 채웁니다. 1453의 네 숫자를 더하면 13이 된다는 겁니다(1+4+5+3). 몸에 안 맞는 옷을 수선해서라도 입히는 셈입니다.
나라가 무너진 날이니 그 요일이 불길해졌다고 보면 이야기가 깔끔합니다. 그런데 그리스 민속학의 창시자로 꼽히는 니콜라오스 폴리티스(1852~1921)는 순서를 거꾸로 봤습니다. 그리스 언론들이 전하는 바로는, 화요일을 꺼린 기록이 1164년에 이미 있습니다. 함락보다 300년 가까이 앞섭니다. 1453년을 겪은 사람들도 그 재앙을 화요일 탓으로 돌렸습니다. 함락이 미신을 만든 게 아니라, 미신이 함락을 설명했습니다. 폴리티스가 본 뿌리는 화요일을 화성이 다스린다는 점성술이었습니다.
스페인 쪽도 들여다보면 비슷합니다. 작가 블랑코 벨몬테가 기원으로 꼽은 1276년 6월 13일 화요일은, 당시 달력으로 짚어 보면 토요일입니다. 속담도 사전에서는 화요일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화요일 13일엔'으로 시작하는 말도 흔합니다. 하지만 세르반테스 문화원 속담 사전에 실린 형태는 앞에서 본 그대로 13 없이 화요일만 말합니다. 화요일이 전쟁의 신 마르스의 날이라는 풀이가 붙어 있을 뿐입니다.
프랑스에선 같은 날 복권을 삽니다
같은 날짜에 정반대 옷을 입힌 나라도 있습니다. 템플기사단을 잡아들인 나라이자 위닉이 찾은 첫 기록이 나온 나라, 프랑스입니다. 프랑스에서 복권을 독점 운영하는 FDJ는 13일의 금요일마다 상금을 키운 특별 추첨을 엽니다. 회사 설명으로는 이날 로또를 사는 사람이 600만 명가량으로 평소의 두 배입니다. 불운의 날이 복권 대목이 됐습니다.
13일의 금요일도, 화요일 13일도 순서는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먼저 그날을 꺼렸고, 그날에 맞는 사건은 나중에 찾아냈습니다. 템플기사단 이야기가 날짜에 그토록 꼭 맞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치수를 재고 지은 옷이었습니다.
한눈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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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참고
- 출처 ↗ Stephen Winick, On the Possible Origins of Friday the Thirteenth, 미국 의회도서관 Folklife Today (2024.12.12)
- 출처 ↗ Who's Afraid of Friday the Thirteenth?, 미국 의회도서관 Folklife Today (2017.1)
- 출처 ↗ The possible origins of Friday the 13th and other unlucky days, NPR (2024.9.13)
- 출처 ↗ Becky Little, Busting the Myth of Friday the 13th and the Knights Templar, National Geographic (2016.5.12)
- 출처 ↗ The Heresy of the Templars and the Dream of a French Inquisition, Late Medieval Heres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9)
- Sharan Newman, The Real History Behind the Templars (Berkley, 2007), 30장
- 출처 ↗ Thomas W. Lawson, Friday, the Thirteenth (1907), Project Gutenberg
- 출처 ↗ Fall of Constantinople, Britannica
- 출처 ↗ '오늘은 화요일 13일, 왜 불길한 날인가'(그리스어 기사), alfavita.gr
- 출처 ↗ '화요일 13일은 왜 흉일인가'(그리스어 기사, 니콜라오스 폴리티스의 견해 인용), artemidanews.gr
- 출처 ↗ De lunes a domingo, Castellano Actual, 피우라대(세르반테스 문화원 속담 사전 인용)
- 출처 ↗ Martes 13: de dónde viene el mito de la mala suerte, El Sol
- 출처 ↗ Renault 15 and 17, Renault The Originals
- 출처 ↗ Vendredi 13 : pourquoi les joueurs l'aiment tant ?, FDJ
- 요일과 횟수는 편집부가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으로 직접 계산(프랑스의 1582년 12월 역법 전환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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