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보석 도난 1년 — 보안 예산 8,300만 유로, 4%만 썼습니다
Woody Magazine
뉴스가 아닌 것들을 씁니다
2026년 10월 19일 (월)
루브르 보석 도난 1년 — 보안에 잡아 둔 8,300만 유로, 쓴 돈은 300만 유로
도둑들이 오른 발코니는 7년 전 보고서에 이미 있었습니다.
한눈에 보기
이 글을 카드 6장으로 정리했습니다.옆으로 넘겨 보세요 →
1년 전 오늘, 2025년 10월 19일 일요일 오전이었습니다. 사다리가 달린 이삿짐 트럭 한 대가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센강 쪽 벽에 멈춰 섰습니다. 반사 조끼를 입은 남자들이 사다리를 타고 발코니로 올라가 전동 공구로 창을 잘랐습니다. 그 창 너머가 프랑스 왕실·황실 보석을 전시하던 아폴론 갤러리(Galerie d'Apollon)입니다. 루이 14세를 위해 꾸민 길이 61미터짜리 방입니다.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도 이 방을 본보기로 지었습니다.
남자들은 진열장 두 개를 깨고 보석 9점을 챙겨 오토바이로 달아났습니다.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달아나는 길에 하나를 떨어뜨렸습니다. 나폴레옹 3세의 아내, 외제니 황후의 왕관입니다. 수사 당국은 나머지 8점을 1년이 지난 오늘도 찾지 못했습니다. 피해액은 8,800만 유로입니다.
처음엔 영화 같은 도둑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얼마 안 가 허술한 박물관 이야기가 됐습니다. 침입 지점 근처 카메라는 두 대 가운데 한 대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관제실에는 모든 카메라 화면을 한꺼번에 띄울 모니터가 모자랐습니다. 문화부 감찰 책임자 노엘 코르뱅이 상원에서 밝힌 차이는 30초였습니다. 그 30초만 빨랐어도 경비원이나 경찰이 범인들을 막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우리가 내릴 결론은 간단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이 보안에 돈을 아끼다 당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공개된 서류를 차례로 펼쳐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루브르에는 경고도 있었고, 돈도 있었습니다.
그 발코니는 2018년 보고서에 있었다
2018년, 당시 장뤽 마르티네즈 관장은 박물관 보안 감사를 바깥에 맡겼습니다. 맡은 곳은 보석 회사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의 보안 부서였습니다. 보석을 지키는 일로 먹고사는 회사에 왕실 보석 전시실을 점검해 달라고 부탁한 셈입니다.
보고서는 발코니 하나에만 두 쪽과 도식 세 장을 썼습니다. 센강 쪽 그 창을 가장 약한 지점 가운데 하나로 꼽았습니다. 화물용 리프트를 대면 발코니까지 올라올 수 있다는 점도 적었습니다. 7년 뒤 도둑들이 쓴 방법 그대로입니다.
루브르 설명으로는, 이전 경영진이 이 보고서를 다음 관장에게 넘기지 않았습니다. 2021년 9월 취임한 로랑스 데카르 관장은 이 보고서를 도난 뒤에야 처음 봤습니다. 지난 25년 치 갤러리 공사 문서를 모두 꺼내 보라고 지시했다가 찾아냈습니다. 문화부 감찰 보고서는 관장이 바뀌던 무렵 조직이 기억을 잃었다고 적었습니다.
8,300만 유로와 300만 유로
루브르는 감시 카메라를 비롯한 보안 설비를 통째로 바꾸는 계획도 세워 두었습니다. 비용은 8,300만 유로로 잡았습니다. 공공기관의 돈 쓰임을 감사하는 프랑스 회계감사원이 2025년 11월 보고서를 냈습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루브르가 이 계획에 실제로 쓴 돈은 300만 유로였습니다. 그마저 대부분 기술 조사 비용이었습니다.
돈은 있었습니다. 감사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루브르의 자금 사정을 매우 탄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루브르라는 이름을 빌려 아부다비에 미술관을 세우고 그 값을 루브르에 치렀습니다. 그 돈 가운데 1억 3,000만 유로가 현금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같은 7년 동안 돈이 어디로 갔는지도 보고서에 나옵니다. 루브르는 건물 유지·보수와 궁전 복원에 약 8,600만 유로를 썼습니다. 작품 구입과 전시 공간 재단장에는 약 1억 6,900만 유로를 썼습니다. 보이는 쪽에 두 배 가까이 썼습니다.
루브르는 눈에 띄고 매력적인 사업을 앞세우고, 건물과 기술 설비, 특히 보안·안전 설비의 유지·보수를 뒤로 미뤘다.
— 프랑스 회계감사원, 2025년 11월
표값의 20%는 정해진 곳으로 갔다
그렇다고 작품을 많이 산 것 자체를 탓하기는 어렵습니다. 작품을 사들이고 전시를 새로 꾸미는 일은 박물관의 본업입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돈이 흘러가는 길입니다.
루브르의 설립 규정에는 매표 수입의 20%를 작품 구입에 쓰도록 정한 조항이 있습니다. 관람객이 늘고 표값이 오르면, 누가 따로 챙기지 않아도 작품 살 돈이 함께 불어납니다. 2024년 루브르의 매표 수입은 1억 2,450만 유로였습니다. 감사원 집계로 루브르는 8년 동안 작품 2,754점을 사들였습니다. 전시실에 걸린 것은 넷에 하나도 안 됩니다.
월급의 일정 몫이 취미 통장으로 자동이체되도록 걸어 둔 사람을 떠올려 보면 쉽습니다. 그 돈은 신경 쓰지 않아도 매달 쌓입니다. 보일러 점검은 다릅니다. 매번 날을 잡고 돈을 따로 내야 합니다. 그래서 아직 더운물이 잘 나오면 우리는 다음 달로 미룹니다. 미룬다고 당장 무슨 일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보안 지출이 꼭 그런 돈입니다. 제대로 돌아가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돈을 쓴 보람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감사원은 매표 수입 20% 조항을 규정에서 지우라고 권고했습니다. 자체 재원은 건물 보수 계획에 먼저 떼어 두라고 했습니다.
계약서에서 빠진 지표
루브르는 감독 부처인 문화부와 몇 년 단위로 성과 계약을 맺습니다. 목표마다 얼마나 진척됐는지 재는 지표가 계약서에 붙습니다. 2022년 두 기관은 이 계약에 새 전시 부서를 만드는 지표를 넣었습니다. 같은 때 기술 설비 계획들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재던 지표를 뺐습니다. 설비 쪽을 재는 지표는 그것 하나뿐이었습니다.
재는 사람이 없으면 챙기는 사람도 줄어듭니다. 감사원은 유지·보수 지출이 낮게 머무는 동안 문화부가 끼어들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2026년 5월 하원 조사위원회도 경영진만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위원회는 보안이 박물관의 영향력과 위상을 높이는 목표에 밀렸다고 결론 냈습니다.
루브르 쪽 사정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때 루브르는 324일 문을 닫았습니다. 루브르 추산으로 수입이 1억 7,000만 유로 넘게 줄었습니다. 마르티네즈 전 관장은 상원에서 재원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보안 계획을 최우선 과제로 지켰다고 말했습니다. AFP는 집행이 늦어진 원인으로 행정 지연과 경영 판단, 복잡한 절차를 함께 꼽았습니다. 다만 이 사정들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대목이 있습니다. 같은 기간 작품 살 돈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1년 뒤, 그 창문에 다시 단 창살
2025년 12월 23일 새벽, 루브르가 쉬는 화요일이었습니다. 크레인에 달린 리프트 하나가 다시 그 발코니로 올라갔습니다. 이번에는 인부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창에 쇠창살을 달았습니다.
데카르 관장이 상원에서 밝힌 바로는, 그 자리에는 원래 창살이 있었습니다. 2003~2004년 갤러리를 크게 복원할 때 떼어 냈습니다. 그 뒤 20년 넘게 아무도 다시 달지 않았습니다.
1년 사이 바뀐 것은 더 있습니다. 데카르 관장은 2026년 2월 물러났고, 크리스토프 르리보가 뒤를 이었습니다. 루브르는 2032년까지 해마다 약 2,000만 유로를 보안에 쓰기로 했습니다. 7월부터는 보안을 총괄하는 책임자도 두었습니다. 7월 22일 다시 문을 연 아폴론 갤러리에는 보석이 한 점도 없습니다. 루브르는 창문 없는 보안실을 따로 지은 뒤에 남은 보석을 다시 내놓을 계획입니다. 르리보 관장은 지난주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루브르를 고치고 새로 바꾸지 않으면 결국 문을 닫아야 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떨어뜨린 왕관은 복원 전문가들이 손보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1,354개 가운데 10개가 빠지고 틀이 찌그러졌지만, 루브르는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루브르는 보석 8점을 잃고 두 달 만에 그 창에 창살을 달았습니다. 2018년 보고서가 발코니를 지목한 뒤로 7년 동안 그대로 있던 창입니다. 다른 창문들은 그때도 논의 중이었습니다. 우리는 자동이체를 걸어 두지 않은 돈을 보일러가 터진 뒤에야 꺼냅니다. 그리고 터진 자리부터 막습니다.
출처·참고
- 출처 ↗ 프랑스 회계감사원, 「L'établissement public du musée du Louvre, exercices 2018-2024」 (2025.11)
- 출처 ↗ Europe 1, 감사원 보고서의 루브르 지출 내역 (2025.11.6)
- 출처 ↗ Public Sénat, 감사원 보고서와 보안 계획 집행률 4% (2025.11)
- 출처 ↗ NPR, 침입 방식과 소요 시간 (2025.11.1)
- 출처 ↗ Public Sénat, 2018년 반클리프 아펠 보안 감사 (르몽드 보도 인용)
- 출처 ↗ info.fr, 2018년 감사 보고서의 발코니 분량 (L'Express 보도 인용)
- 출처 ↗ L'Avenir(AFP), 감사 보고서가 전달되지 않은 경위 (2025.11.26)
- 출처 ↗ 프랑스 하원 문화위원회 회의록 (문화부 감찰 보고서 인용)
- 출처 ↗ The Local(AFP), 문화부 감찰 결과와 30초 (2025.12.10)
- 출처 ↗ Public Sénat, 마르티네즈 전 관장 상원 청문회 (2025.12.16)
- 출처 ↗ The Local(AFP), 갤러리 창살 설치 (2025.12.23)
- 출처 ↗ AP, 리프트로 창살을 다는 장면 (2025.12.23)
- 출처 ↗ Euronews, 외제니 황후 왕관 복원 (2026.2.5)
- 출처 ↗ LCP, 하원 조사위원회 보고서 (2026.5.13)
- 출처 ↗ Sud Radio(AFP), 아폴론 갤러리 재개관 (2026.7.22)
- 출처 ↗ Time Out Paris, 창문 없는 보안실 계획 (Radio France 인용, 2026.7)
- 출처 ↗ Sud Radio(AFP), 1년 뒤 루브르의 보안 조치 (2026.10)
- 출처 ↗ Asharq Al-Awsat(AFP), 1년 뒤 루브르와 르리보 관장 (2026.10)
- 출처 ↗ Orange Actu, 1년 뒤 수사 현황 (2026.10)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