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리치 15주기 — 오늘은 그가 발견된 날입니다
Woody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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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2일 (월)
C 언어를 만든 데니스 리치 15주기 — 오늘은 그가 발견된 날입니다
부고마다 그가 숨진 날이 달랐습니다. 지금 기일로 쓰는 날은 그중 가장 늦은 날짜입니다.
세 줄 요약
- 15년 전 오늘, C 언어와 유닉스를 만든 데니스 리치가 미국 뉴저지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 부고마다 그가 숨진 날이 다르고, 많게는 나흘이 차이 납니다.
- 그의 죽음에 의문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는 혼자 살았고, 회사는 날짜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휴대폰을 켜면서 우리가 떠올리는 이름은 기껏해야 그 휴대폰을 만든 회사입니다. 그 안에서 무엇이 먼저 돌아가는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스위치를 누르면서 벽 속 전선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데니스 리치는 그 벽 속 전선을 깐 사람입니다. 1941년 뉴욕주 브롱스빌에서 태어나 하버드에서 물리학과 응용수학을 공부했고, 1967년 미국 전화회사 AT&T의 벨 연구소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동료 켄 톰슨과 함께 유닉스를 만들었습니다. 유닉스는 운영체제, 곧 컴퓨터 부품에 일을 나눠 주는 기본 프로그램입니다. 리치는 이 유닉스를 짜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 하나를 새로 만들었는데, 그게 C 언어입니다.
15년 전 오늘은 그가 발견된 날입니다
그의 기일은 대개 2011년 10월 12일로 적혀 있습니다. 그렇게 적을 만합니다. 벨 연구소 동료였던 브라이언 커니핸(프린스턴대 교수)이 쓴 추모문도 이 날짜입니다. 2016년 미국공학한림원이 펴낸 공식 추모집에 실린 글입니다. 영국 가디언의 부고도 같습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 부고는 조금 다르게 썼습니다. 리치가 수요일 뉴저지주 버클리하이츠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했습니다. 2011년 10월 12일이 수요일이었습니다. 그는 혼자 살았습니다. 형제 빌은 그가 몇 년 전부터 전립선암과 심장병 치료로 몸이 약해져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세상에 소식을 처음 알린 사람은 옛 동료 롭 파이크였습니다. 벨 연구소에서 함께 일하다 구글로 옮긴 그는 같은 날 구글플러스에 글을 올렸습니다. 리치가 오랜 투병 끝에 "이번 주말" 집에서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주말이면 8일이나 9일입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1월 부고에서 사망일을 10월 8일로 적었습니다.
회사는 더 조심스러웠습니다. 당시 벨 연구소를 소유한 알카텔-루슨트는 AP통신에 사망 사실만 확인해 주고, 사인과 사망 시점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변인은 가족과 연락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AP는 벨 연구소 약력을 근거로 그가 생일 한 달 뒤에 숨졌다고만 썼습니다.
숨진 날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확실한 날짜는 그가 발견된 날 하나뿐이었습니다. 그 날짜가 부고와 추모문을 거치며 기일로 굳었습니다.
기계가 바뀌어도 다시 쓰지 않게
흐린 것은 날짜만이 아닙니다. 그가 한 일도 처음부터 눈에 띄지 않게 돼 있었습니다. 이유는 C가 무엇을 하려고 만든 언어인지 보면 나옵니다.
유닉스는 1969년 말 처음 나왔을 때 어셈블리어로 쓰였습니다. 어셈블리어는 기계마다 다른, 그 기계 전용의 말입니다. 그런데 리치와 톰슨은 1973년까지 유닉스를 C로 옮겨 다시 썼습니다. 커니핸은 운영체제 전체를 사람이 읽기 쉬운 언어로 쓴 이 일을 두고, 그 전까지 아무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달라진 점은 유닉스를 다른 컴퓨터로 옮길 때 드러났습니다. 커니핸에 따르면 그때는 C 컴파일러만 옮기면 거의 끝났습니다. 컴파일러는 C로 쓴 글을 그 기계의 말로 바꿔 주는 번역 프로그램입니다. 번역기 하나만 옮기면 나머지 코드는 거의 손대지 않아도 됐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들으면 대단한 발명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느낄 만합니다. 이 발명은 잘 돌아갈수록 사람이 신경 쓸 일이 줄어드는 쪽이었으니까요. 프로그래머는 밑에 깔린 기계를 덜 생각하게 됐고, 그 프로그램을 쓰는 사람은 C가 있다는 것조차 몰라도 됐습니다. 전선이 잘 깔렸다는 증거는 아무도 벽을 뜯어 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 뒤로 이 전선은 멀리 뻗었습니다. 1978년 리치가 커니핸과 함께 쓴 『C 프로그래밍 언어』는 두 사람의 머리글자를 따 'K&R'로 불렸고, 24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됐습니다. 세계 곳곳의 프로그래머가 같은 교재로 같은 언어를 배웠습니다. AP는 부고에서 유닉스와 그 후손인 리눅스가 기업 서버부터 휴대폰까지 널리 쓰인다고 썼습니다. 커니핸은 추모문에 세계 컴퓨터 대부분이 유닉스나 유닉스를 닮은 체계로 돌아간다고 적었습니다. 우리가 아침마다 켜는 휴대폰도 그중 하나입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어디에나"
2011년 10월은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달이기도 했습니다. 리치의 부고는 일주일 전부터 이어진 잡스 추모 물결에 가려졌습니다. 파이크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리치의 영향이 더 컸는데도 대중은 그가 누군지조차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컴퓨터 역사가 폴 세루치는 워싱턴포스트에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리치는 대중이 아는 이름이 전혀 아니었지만, 현미경을 들고 컴퓨터 안을 들여다보면 어디서나 그의 작업이 보일 거라고요.
리치 자신도 이름을 앞에 세우지 않았습니다. 커니핸은 그가 늘 공을 남에게 돌렸다고 기억했고, 그 예로 1996년 유닉스의 역사를 돌아본 리치의 글을 들었습니다. 리치는 그 글의 감사 대목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누구를 가리키는지 분명하지 않은 '우리'는 '톰슨, 그리고 나의 약간의 도움'으로 읽으면 대체로 틀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기억합니다. 리치가 깐 것은 벽 속 전선이었습니다. 전선은 끊어져야 사람들이 찾습니다. 그의 전선은 아직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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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참고
- 출처 ↗ Brian W. Kernighan, 「Dennis M. Ritchie (1941-2011)」, 미국공학한림원 Memorial Tributes 20권(2016)
- 출처 ↗ AP, 「Dennis Ritchie, co-creator of Unix software, dies」, CBC 게재, 2011.10.13
- Steve Lohr, 「Dennis Ritchie, Trailblazer in Digital Era, Dies at 70」, The New York Times, 2011.10.13
- Martin Campbell-Kelly, 「Dennis Ritchie obituary」, The Guardian, 2011.10.13
- 「Dennis Ritchie and John McCarthy: machine whisperers」, The Economist, 2011.11.5 지면
- 「Dennis Ritchie: The Shoulders Steve Jobs Stood On」, Wired, 2011.10
- Rob Pike, 구글플러스 게시글, 2011.10.12 (서비스 종료, 당시 보도로 확인)
- The Washington Post, 2011.10 (폴 세루치 발언, NBC 재인용으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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