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귀국 190년 — 『종의 기원』에 갈라파고스 핀치는 없습니다
Woody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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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일 (금)
다윈 귀국 190년 — 『종의 기원』에 갈라파고스 핀치는 없습니다
진화의 상징이 된 그 새에, 다윈은 섬 이름을 적어 두지 않았습니다
세 줄 요약
- 190년 전 오늘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영국에 돌아왔습니다. 그가 진화를 떠올린 계기로 알려진 갈라파고스 핀치는 『종의 기원』에 나오지 않습니다.
- 다윈은 핀치에 섬 이름을 적지 않았고, 섬마다 종이 다르다는 분명한 판정은 이름표를 붙여 둔 흉내지빠귀에서 나왔습니다.
- 핀치가 진화와 관계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새들을 진화의 대표 사례로 만든 것은 다윈 이후의 연구였습니다.
갈라파고스, 다윈, 핀치. 우리는 이 세 단어를 거의 한 묶음으로 기억합니다. 다윈이 섬에서 부리 모양이 제각각인 작은 새들을 보고 진화를 떠올렸다는 이야기는 생물 교과서에 단골로 나옵니다. 우리는 다들 그렇게 배웠으니, 그렇게 믿는 것도 당연합니다.
190년 전 오늘, 1836년 10월 2일 밤 비글호가 영국 남서쪽 끝 팰머스 항에 닿았습니다. 1831년 12월 27일 플리머스를 떠난 지 5년 가까이 걸린 항해였습니다. 스물일곱 살 찰스 다윈은 팰머스에서 우편 마차를 탔습니다.
그런데 다윈이 23년 뒤 펴낸 『종의 기원』(1859)에는 갈라파고스 핀치가 나오지 않습니다. 다윈의 원고를 소장한 케임브리지대 도서관도 이 점을 분명히 적어 둡니다. 우리가 아는 이야기와 다윈이 쓴 책 사이에 빈자리가 하나 있습니다.
섬에서는 핀치에 이름표를 붙이지 않았습니다
요즘 휴대폰은 사진을 찍으면 장소가 저절로 저장됩니다. 그 기능을 꺼 둔 채 섬 여러 곳을 돌며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해 보면 됩니다. 집에 와서 사진첩을 열면 어느 사진이 어느 섬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다윈의 핀치가 그랬습니다. 비글호는 1835년 9월 중순부터 5주 동안 갈라파고스 제도에 머물렀습니다. 다윈은 이 작고 칙칙한 새들을 여러 마리 모았습니다. 어느 섬 새인지는 적지 않았습니다. 생김새가 하도 달라서 한 무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다윈을 탓할 일만은 아닙니다. 이 새들은 종을 가리지 않고 큰 무리로 섞여 다녔습니다. 다윈 자신도 그 점을 털어놓았습니다. 1837년 5월 런던동물학회 모임에서, 이 새들이 섞여 다녀 종마다 습성을 따로 살피기가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섬 이름을 적어 둔 새는 따로 있었습니다. 흉내지빠귀(mockingbird)입니다. 다윈은 섬 네 곳에서 한 마리씩 모아 각각 어느 섬 새인지 적었습니다.
단서는 배 위에서, 판정은 런던에서 나왔습니다
여덟 달쯤 뒤 대서양을 건너던 배 안에서 다윈은 새에 관한 노트를 정리했습니다. 서로 바라보이는 섬마다 조금씩 다른 흉내지빠귀가 사는 것을 두고, 일단은 한 종의 변종일 거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줄을 덧붙였습니다. 이런 관찰에 조금이라도 근거가 있다면 군도의 동물은 들여다볼 가치가 있고, 그런 사실은 종이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흔들 것이라고요.
판정은 귀국 뒤 런던에서 나왔습니다. 다윈은 1837년 초 새 표본을 런던동물학회에 넘겼습니다. 감정은 학회의 조류 전문가 존 굴드(John Gould)가 맡았습니다. 굴드는 1월 10일 모임에서 다윈의 갈라파고스 새 가운데 땅핀치 무리를 내놓았습니다. 생김새가 워낙 독특해 완전히 새로운 무리로 볼 만하다고 했습니다. 종은 14개이고, 갈라파고스에만 사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3월에 다윈은 굴드를 다시 만났습니다. 굴뚝새로 알았던 새 하나도 핀치였습니다. 더 큰 판정은 흉내지빠귀 쪽에서 나왔습니다. 굴드는 섬마다 다른 흉내지빠귀가 한 종의 변종이 아니라, 섬마다 따로 사는 별개의 세 종이라고 봤습니다. 섬 이름을 적어 둔 새였기에, 다윈은 그 판정을 곧장 섬 지도 위에 옮길 수 있었습니다.
핀치는 그렇게 되지 못했습니다. 다윈의 하인 심스 코빙턴(Syms Covington)과 선원 해리 풀러(Harry Fuller)도 핀치를 모았습니다. 이들의 핀치에는 섬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풀러의 표본은 선장 로버트 피츠로이(Robert FitzRoy)가 갖고 있었습니다. 다윈은 그 기록을 물어 받아 자기 핀치의 섬을 거꾸로 짜 맞췄습니다. 내 사진의 장소를 동행이 찍은 사진의 위치 기록으로 되짚는 셈이었습니다.
다윈이 언제 진화 쪽으로 넘어갔는지는 해석이 갈립니다. 아들 프랜시스 다윈은 아버지의 생각이 항해 초반부터 서서히 그쪽으로 흘렀다고 봤습니다. 다윈 자신은 1837년 수첩에, 그해 3월 무렵부터 남아메리카 화석과 갈라파고스의 종들에 크게 놀랐다고 적었습니다. 3월은 굴드의 판정을 들은 달입니다. 어느 쪽이든 그 자리에 섬 위의 핀치는 없었습니다.
1845년에 덧붙인 문장
다윈이 핀치를 진화와 이어서 책에 쓴 대목이 있기는 합니다. 1839년 『비글호 항해기』 초판은 핀치 13종의 부리 차이를 설명만 하고 지나갔습니다. 6년 뒤 2판에서 다윈은 이 대목 끝에 문장을 덧붙였습니다. 그 첫 문장은 이 작은 무리 안에서 부리 모양이 조금씩 이어진다는 관찰로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원래 몇 안 되던 새 가운데 한 종이 서로 다른 쓰임에 맞게 바뀌었다고 상상해 볼 수도 있다고 이어 갑니다.
조심스러운 문장이었고, 14년 뒤 『종의 기원』에는 그마저 옮겨 가지 않았습니다. 그 책에는 대신 흉내지빠귀가 나옵니다. 다윈은 섬에서 섬으로 날아다니기 쉬운 새들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섬마다 다르다고 썼습니다. 그 예로 든 것이 흉내지빠귀입니다. 서로 아주 가까운 세 종이 각자 자기 섬에만 산다고 적었습니다. 미국 과학사학자 프랭크 설로웨이(Frank Sulloway)가 1982년 논문에서 이 점을 짚었습니다. 핀치는 다윈의 진화론에 결정적이기는커녕 그 책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은 그 이유를 라벨에서 찾습니다. 어느 섬 새인지 확실하지 않으니, 다윈에게도 쓸모가 적었을 거라고 봅니다.
'다윈의 핀치'라는 이름은 1930년대에 붙었습니다
이야기의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면 책 한 권이 나옵니다. '다윈의 핀치'(Darwin's finches)라는 이름은 영국 조류학자 퍼시 로(Percy Lowe)가 1930년대 중반에 지었습니다. 1936년 그의 논문에 실렸습니다. 이 이름을 널리 퍼뜨린 사람은 영국 조류학자 데이비드 랙(David Lack)입니다. 랙은 1947년 이 새들을 다룬 책의 제목을 『다윈의 핀치』로 지었습니다.
랙이 그 이름을 고른 데는 실무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무리 가운데 한 종은 갈라파고스가 아니라 코스타리카 앞바다의 코코스섬에 삽니다. '갈라파고스 핀치'라고 부르면 그 한 종이 빠집니다.
그런데 책이 유명해지자 사람들은 이름을 거꾸로 읽었습니다. 이름만 보면 그렇게 읽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다윈에게 진화를 확신시킨 새라서 다윈의 이름이 붙었다고 여긴 겁니다. 설로웨이는 1947년 이후 다윈이 보지도 않은 핀치와 하지도 않은 관찰로 공을 인정받게 됐다고 썼습니다.
핀치가 진화와 관계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 새들은 뒤에 진화를 보여 주는 대표 사례가 됐습니다. 다만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의 설명대로, 이 새들을 그 자리에 올려놓은 사람은 다윈 이후의 여러 연구자였습니다. 설로웨이의 정리를 빌리면, 다윈은 진화론을 세운 뒤에야 그 눈으로 핀치를 돌아보며 이해했습니다.
섬에서 부리를 보다가 진화를 떠올리는 장면은 다윈의 기록에 없습니다. 다윈 자신도 갈라파고스에서 진화를 발견했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그 장면은 1947년의 책 제목이 거꾸로 그려 넣었습니다.
다윈의 핀치는 위치 기록 없이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장소를 적어 둔 사람은 하인과 선원이었고, 무엇을 찍었는지 알아본 사람은 굴드였습니다. 사진첩 표지에는 다윈의 이름이 붙었습니다. 기억은 이름을 따라갑니다.
출처·참고
- 출처 ↗ Cambridge University Library, Darwin exhibition — Timeline
- 출처 ↗ Cambridge University Library — The Beagle finches
- 출처 ↗ Cambridge University Library — Varieties and species: the Thencas
- 출처 ↗ Royal Society of Biology — Charles Darwin plaque, Falmouth
- 출처 ↗ Gould, J. (1837). Remarks on a Group of Ground Finches from Mr. Darwin's Collection. Proceedings of the Zoological Society of London 5: 4–7 (Darwin Online)
- 출처 ↗ Darwin, C. R. (1837). Remarks upon the habits of the genera Geospiza, Camarhynchus, Cactornis and Certhidea of Gould (Darwin Online)
- 출처 ↗ Hodge, M. J. S. (2010). Darwin, the Galapagos and his changing thoughts about species origins: 1835–1837 (Darwin Online)
- Sulloway, F. J. (1982). Darwin and his finches: The evolution of a legend. Journal of the History of Biology 15: 1–53.
- Lowe, P. R. (1936). The finches of the Galapagos in relation to Darwin's conception of species. Ibis 78(6): 310–321.
- Lack, D. (1947). Darwin's Finches. Cambridge University Press.
- Darwin, F. ed. (1887). The Life and Letters of Charles Darwin, Vol. 2. London: John Murray. (1장 'The Foundations of the Origin of Species', 『비글호 항해기』 1839년 초판과 1845년 2판 비교).
- 출처 ↗ Darwin, C. R. [1838]. Birds from Galapagos Archipelago collected by Syms Covington. CUL-DAR29.3.30 (Darwin Online)
- 출처 ↗ Darwin Online — On the Origin of Species, Variorum (mocking-thrush passage)
- 출처 ↗ Sulloway, F. J. (1982). The Beagle collections of Darwin's finches (Geospizinae) (Darwin Online)
- Darwin, F. ed. (1909). The Foundations of the Origin of Species: Two Essays Written in 1842 and 1844 (편자 서문, 1837년 수첩 인용).
- 출처 ↗ van Wyhe, J. (2012). Where do Darwin's finches come from? (Darwin Online)
- 출처 ↗ Tracing the origin of a scientific legend by Reference Publication Year Spectroscopy (RPYS): the legend of the Darwin finches (ar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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