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트러플 축제 개막 — 숲 주인이라고 트러플 주인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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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1일 (일)

음식과 술2026년 10월 11일

알바 트러플 축제 개막 — 숲 주인이라고 트러플 주인은 아닙니다

이탈리아에서 숲의 트러플은 찾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알바의 사냥꾼들이 밤에 숲으로 가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세 줄 요약

  1. 어제 이탈리아 알바에서 흰 트러플 축제가 열렸습니다. 흰 트러플은 지금도 대부분 사람이 개를 데리고 숲에서 찾아냅니다.
  2. 이탈리아에서는 숲과 경작하지 않는 땅이면 누구나 트러플을 캘 수 있습니다. 땅 주인이 막으려면 따로 인정을 받고 표지판을 둘러 세워야 합니다.
  3. 법이 돼지를 금지한다고 적은 것은 아닙니다. 돼지라는 말 대신, 훈련된 개를 데려가라고 적었습니다.

어제(10월 10일)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주의 소도시 알바에서 제96회 국제 흰 트러플 축제가 문을 열었습니다. 12월 6일까지 주말마다 구시가지의 코르틸레 델라 마달레나 안뜰에 트러플 시장이 섭니다.

트러플(송로버섯) 하면 우리는 흔히 땅을 파헤치는 돼지부터 떠올립니다. 그럴 만합니다. 예전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농부들이 실제로 돼지를 데리고 트러플을 찾았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프랑스 페리고르에서도 암퇘지로 트러플을 캐는 사람은 몇 남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는 무엇을 데리고 트러플을 찾을지까지 법으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1985년에 만든 트러플 기본법을 펴 보면 돼지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법이 적어 둔 것은 개입니다. 트러플을 찾는 사람은 누구든 훈련된 개를 데려가야 하고, 땅은 개가 파기 시작한 자리만 작은 삽으로 파야 합니다. 자기 땅에서 캐는 사람만 이 의무에서 빠집니다.

트러플은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납니다

이 조항이 왜 생겼는지는 트러플이 무엇인지부터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트러플은 땅속에 사는 곰팡이의 열매입니다. 이 곰팡이는 참나무, 포플러, 버드나무 같은 나무의 뿌리에 붙어 양분을 주고받으며 삽니다.

우리가 먹는 덩이는 열매일 뿐이고, 곰팡이 본체는 땅 밑에 실처럼 퍼져 있습니다. 그래서 트러플은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때에 납니다. 법이 채취 기간에 땅을 넓게 갈아엎지 못하게 하고 판 구덩이를 다시 메우게 하는 것도 이 본체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피에몬테 주법도 트러플 밭을 해치지 않게 찾고 캐라고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돼지는 이 규칙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찾은 트러플을 먹으려 들고, 코로 땅을 넓게 헤집습니다. 개는 돼지만큼 트러플을 탐하지 않습니다. 개가 땅을 긁기 시작하면, 사람이 그 자리만 작은 삽으로 마저 팝니다.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난다는 것, 낚시하는 분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바다는 누구 것도 아닌데, 고기가 잘 무는 자리는 해마다 거기 있습니다. 그 자리를 아는 사람은 남에게 쉽게 알려 주지 않습니다.

숲에서는 누구나 캘 수 있습니다

바다와 달리 숲에는 주인이 있습니다. 우리 상식으로는 숲에서 난 트러플도 숲 주인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이야기가 깔끔합니다. 이탈리아 법은 다르게 적었습니다. 숲과 경작하지 않는 땅에서는 트러플 채취가 자유입니다. 시험에 붙어 채취 자격증만 받으면 남의 숲에서도 캘 수 있습니다.

땅 주인이 막는 길도 있기는 합니다. 숲을 가진 것만으로는 안 되고, 트러플이 나는 나무를 더 심어 가꾼 '관리 트러플 밭'으로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그다음 땅 경계를 따라 지면에서 2.5m 이상 높이에 "트러플 채취 권리 보유" 표지판을 세웁니다. 어느 표지판에서든 앞뒤 표지판이 보이도록 촘촘하게 둘러야 합니다.

피에몬테주는 숲을 열어 두는 쪽으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주법에는 트러플이 나는 나무를 베지 않고 지키면서 남들이 자유롭게 캐도록 허락하는 땅 주인에게, 나무 한 그루마다 보상금을 주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러면 숲이 누구 소유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냥꾼에게 남는 재산은 하나입니다. 어느 나무 밑에서 언제 트러플이 나는지 아는 것입니다.

흰 트러플은 아직 밭에서 거의 나지 않습니다

그 지식의 값을 끌어올리는 사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흰 트러플은 사람이 밭에서 키워 내기가 아직 무척 어렵습니다. 검은 트러플은 다릅니다. 프랑스에서는 검은 트러플의 90%가 곰팡이를 입힌 묘목을 심은 재배 밭에서 나옵니다.

사람들은 1970년대부터 흰 트러플을 밭에서 키워 보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2019년,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INRAE)와 묘목 회사 로뱅이 함께 만든 묘목을 심은 밭에서 흰 트러플이 나왔습니다. 자연 서식지 밖에서는 처음이었습니다. 그해 3개, 이듬해 4개였습니다. 연구진은 2022년 7월 같은 밭의 나무 52그루 가운데 12그루 밑에서 26개가 났다고 발표했습니다. 26개를 모두 합친 무게는 900g이었습니다.

900g
프랑스 흰 트러플 실험 밭 한 곳에서 2022년 7월 발표한 수확량(26개)

실험 밭 한 곳에서 한 해에 1kg이 채 안 나온 셈입니다. 그러니 시장에 나오는 흰 트러플은 지금도 대부분 숲에서 나오고, 그해 물량은 그해 숲의 날씨가 정합니다. 올해는 여름 더위와 긴 가뭄 탓에 시즌 초 물량이 적고 알도 작습니다. 볼로냐 일간지 『일 레스토 델 카를리노』는 9일 자 기사에서 마르케주의 한 트러플 사냥꾼 협회장 말을 전했습니다. 비가 오기 전까지는 개가 냄새를 맡지 못해 나오는 트러플이 적다는 것입니다.

값은 시즌 초부터 높았습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는 10월 초 알바 상점에서 흰 트러플이 100g에 350~500유로까지 붙는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일 레스토 델 카를리노』 기사는 알바 시세를 1kg에 2,000유로부터, 가장 좋은 것은 4,500~5,000유로로 적었습니다. 이 기사에서 마르케주 아콸라냐의 한 트러플 회사 대표는 흰 트러플 탈리아텔레 한 접시가 40~50유로라고 했습니다. 그중 트러플 10g을 썰어 얹는 값만 25유로입니다. 물량이 줄면 개가 멈춰 서는 자리 하나하나의 값이 그만큼 오릅니다.

피에몬테 사냥꾼은 밤에 나갑니다

자리가 값질수록 남의 눈을 피할 이유도 커집니다. 그런데 이탈리아 국가법은 원래 밤 채취를 막습니다. 해 지고 한 시간 뒤부터 해 뜨기 한 시간 전까지는 트러플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다만 지역 관습이 있으면 주가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피에몬테가 바로 그렇게 했습니다. 이 주의 법에는 밤에도 트러플을 찾고 캘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밤 숲을 헤매는 노인과 개라니, 낭만적인 장면처럼 들립니다. 사냥꾼들의 설명은 훨씬 실용적입니다. 피에몬테 사투리로는 트러플 사냥꾼을 '트리폴라우(trifolau)'라고 부릅니다. 64년 동안 트러플을 캐 온 알바의 한 트리폴라우는 흰 트러플 철이면 매일 밤 나간다고 했습니다. 어두우면 개가 덜 산만하고, 경쟁자에게 동선을 들킬 일이 적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남들이 몰랐으면 하는 비밀 자리가 있습니다."

경쟁이 선을 넘는 일도 있습니다. 이탈리아 산림 군경찰은 2022년 가을 피에몬테와 리구리아 사이의 트러플 산지와 사냥터에 독극물 탐지견을 풀어 독 미끼를 수색했습니다. 이 작전을 소개한 EU 늑대 보호 사업 측은 독 미끼가 뿌려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트러플 사냥꾼들 사이의 경쟁을 꼽았습니다.

바다를 가질 수 없는 낚시꾼은 고기가 무는 자리를 감춥니다. 숲을 가질 수 없는 트리폴라우도 같은 일을 합니다. 밤에 나가고, 판 자리는 메웁니다. 그 자리는 한 사람만 압니다.

출처·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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