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엔 선수촌이 없습니다 — 서울 선수촌은 아파트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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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8일 (금)

스포츠 이야기2026년 9월 18일

서울 선수촌은 아파트가 됐습니다 — 내일 개막하는 아시안게임엔 선수촌이 없습니다

취소된 계획서에는 대회 기간이 '일시 사용'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세 줄 요약

  1. 내일 개막하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는 선수촌이 없습니다. 선수와 임원은 나고야항에 댄 크루즈선, 부두에 놓인 컨테이너 숙소, 나고야 시내와 인근 도시의 호텔로 흩어져 잡니다.
  2. 아이치현이 원래 준비한 사업의 이름은 '선수촌 후이용 사업'이었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 쓸 건물을 먼저 짓고, 대회 기간에만 선수촌으로 빌려 쓰는 순서였습니다.
  3. 숙소가 부실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선수촌이라는 건물이 애초에 무엇을 위해 서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나고야항 긴조부두에 길이 290미터짜리 배가 한 척 서 있습니다. 이탈리아 선적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입니다. 지난 15일 들어와 10월 초까지 떠나지 않습니다. 객실 1,500개에 선수와 임원 4,000명가량이 묵습니다.

조금 떨어진 가든부두에는 컨테이너 규격으로 만든 이동식 숙소 200동이 놓였습니다. 한 동에 방이 두 개씩 들어 있고, 여기서 2,000명이 잡니다. 나머지는 나고야 시내와 인근 도시의 호텔로 흩어졌습니다. 내일 개막하는 제20회 아시아경기대회에는 선수촌이 없습니다.

소식만 들으면 답이 금방 나옵니다. 돈이 모자라 못 지었구나. 그럴 만합니다. 대회 경비는 실제로 불어났고, 아이치현도 그 때문에 선수촌을 접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취소된 계획서를 펴 보면 순서가 좀 다릅니다. 나고야가 지으려던 것은 선수촌이 아니었습니다. 이사 들어가기 전의 빈 새집이었습니다. 손님은 거기서 며칠 자고 갑니다.

이 사업을 따낸 것은 여섯 개 회사였습니다

아이치현과 나고야시가 사업자를 공모하며 붙인 이름은 '제20회 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 후이용 사업'입니다. 후이용(後利用)은 대회가 끝난 뒤의 쓰임새를 뜻하는 일본어입니다. 사업의 이름이 선수촌이 아니라 그 뒤였습니다.

2021년 6월, 중부전력을 대표로 한 여섯 개 회사가 사업자로 뽑혔습니다. 중부전력과 중전부동산, 일본에스콘, 야하기지쇼, 다이와하우스공업, 마더스입니다. 전력회사와 부동산회사, 주택회사가 섞여 있습니다. 땅을 사서 건물을 올리고 파는 회사들입니다.

이들이 사기로 한 땅은 나고야시 미나토구의 옛 나고야경마장 터입니다. 2022년 3월에 문을 닫은 경마장입니다. 아이치현이 공개한 구역표에 들어설 건물이 적혀 있습니다. 복합상업시설과 분양 맨션, 단독주택, 복합복지시설, 육아지원시설, 유학생 기숙사, 고등학교, 스포츠시설입니다. 동네 하나가 통째로 들어갑니다.

계획서는 대회 기간을 '일시 사용'이라고 적었습니다

2022년 8월 아이치현이 공개한 기본계획 개요판에 순서가 적혀 있습니다. 대회 뒤에 쓸 시설 가운데 선수촌으로도 쓸 수 있는 것을 따로 묶어 '후이용시설①'이라 부릅니다. 이 공사를 2026년 3월 말까지 끝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대회 기간 동안 선수촌 시설로 일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선수촌으로 쓰는 기간이 지나면 2027년 5월부터 나머지 정비에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

선수촌으로 활용 가능한 시설은 대회 기간 중에 선수촌 시설로 일시 사용할 예정 — 아이치현 기본계획 개요판

그런데 공정표에는 '선수촌 사양 공사'라는 항목이 있고, 그 옆에 '해체·제거'가 붙어 있습니다. 선수촌으로 쓰려고 덧댄 것을 대회가 끝나면 떼어낸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보는 선수촌은 그 덧댄 부분입니다.

대회만 보고 단지를 올리면 폐회식 다음 날부터 빈집이 됩니다. 그래서 팔 집을 먼저 설계하고, 사람이 들기 전 2주를 대회에 내줍니다. 선수촌은 그 2주의 이름입니다.

건설비가 오르자 계획이 멈췄습니다

2023년 3월, 건설비가 뛰어 선수촌 정비를 접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아이치현이 기본계획을 정식으로 고쳐 공지한 것은 2025년 2월 28일입니다. 공지문에는 '나고야경마장 터에서의 선수촌 정비가 취소된 것 등의 이유로'라고 적혀 있습니다.

집을 짓는 쪽에서 보면 망설일 만합니다. 자재값과 사람값이 오르면 우리도 집 고치기를 미룹니다. 하물며 2026년 3월이라는 마감이 박힌 공사입니다. 늦으면 대회에 못 맞추고, 맞추려면 오른 값을 그대로 치러야 합니다.

아이치현은 선수촌 정비를 접어 600억 엔 넘게 줄였다고 설명합니다. 크루즈선을 확보하고 운영하는 계약은 약 45억 엔입니다. 짓지 않아 아낀 돈의 13분의 1로 22일 치 잠자리를 마련한 셈입니다.

45억 엔
크루즈선 확보·운영 계약액. 객실 1,500개를 22일 동안 통째로 빌린 값입니다.

경비 자체도 불어났습니다. 닛케이는 올해 1월,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파라대회에 드는 돈이 당초 예상의 3배가 넘는 약 3,700억 엔까지 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잠실에는 1,356가구가 남아 있습니다

우리도 같은 방식을 썼습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때 잠실에 지은 아시아선수촌입니다. 서울시 기록을 보면 그해 9월에 문을 열었고, 7만 5천 평 땅에 18개동 1,356가구가 들어섰습니다. 은행과 쇼핑센터까지 함께 지었습니다.

선수들이 그 집에 머문 것은 대회가 열린 동안뿐입니다. 대회가 끝난 뒤 아파트는 민간에 넘어갔고, 4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이 삽니다. 은행과 쇼핑센터를 왜 단지에 함께 지었는지는 이 순서를 알면 풀립니다. 처음부터 아파트 단지였습니다. 대회 기간에만 선수촌이었습니다.

다케다 쓰네카즈 조직위 부회장은 2024년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총회에서 다르게 설명했습니다. 평의회는 아시아 각국 올림픽위원회가 모인 기구로, 아시안게임을 주관합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선수촌을 두지 않는 이유를 경기가 두 개 현에 걸쳐 열리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이번 대회 경기장은 아이치현 바깥으로도 퍼져 있고, 수영 경기 일부는 도쿄에서 열립니다. 다만 아이치현 공지에 적힌 이유는 건설비입니다.

선수촌은 빠졌고 개발은 남았습니다

선수촌을 접은 뒤에도 후이용 사업은 그대로 굴러갑니다. 사업의 이름도 그대로입니다. 바뀐 것은 일정입니다. 토지매매계약은 2022년도에서 2025년도로, 시설 공용 개시는 2027년도 이후에서 2029년도 이후로 밀렸습니다.

그 땅에는 여전히 상업시설과 주택과 학교가 들어섭니다. 다만 그 사이에 끼어 있던 2주가 빠졌습니다. 그런데 빠진 자리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습니다. 크루즈선과 호텔로만 돌리자 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숙박지가 너무 흩어졌다고 지적했고, 조직위는 지난해 급히 컨테이너형 숙소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이 숙소도 대회가 끝나면 평소에는 호텔로, 재해가 나면 응급 주택으로 옮겨 쓸 예정입니다. 여기에도 '그 뒤'가 붙어 있습니다.

그렇게 짜 놓은 배분은 도중에 흔들렸습니다. 올해 3월 평의회가 테크볼과 파델을 정식종목에 넣으면서 인원이 늘었습니다. 휜 탁구대에서 발로 공을 넘기는 종목과, 벽으로 둘러싼 코트에서 하는 라켓 종목입니다. 두 종목이 들어오자 참가 규모가 1만 5,000명 안팎에서 1만 7,000명까지 늘었습니다. 선수 1만 1,000명에 임원 6,000명입니다. 조직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지사는 지난달 개최도시 계약이 정한 인원은 1만 5,000명이고 그 이상은 예산을 잡아 두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오겠다면 숙소는 각자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개막 전부터 불만이 나왔습니다. 침대가 짧고, 방을 늦게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계획의 구조가 어떻든 잠자리는 잠자리입니다.

선수촌은 대회를 위해 짓는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대회가 지나갈 자리에 먼저 올려 두는 집이었습니다. 나고야는 그 집을 미뤘습니다. 손님방은 거기 딸려 있었습니다.

출처·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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