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발표 내일부터 — 위원회는 '유력 후보'를 밝힌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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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4일 (일)
노벨상 발표 내일부터 — 위원회는 '유력 후보'를 한 명도 밝힌 적이 없습니다
이번 주 쏟아질 명단은 논문 인용 횟수와 도박 배당률로 만든 예측입니다. 진짜 추천 기록은 노벨재단이 50년 동안 봉인합니다.
세 줄 요약
- 내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노벨상 발표가 이어집니다. 이번 주 기사마다 나올 '유력 후보'는 노벨위원회가 아니라 바깥에서 만든 명단입니다.
- 노벨재단은 누가 누구를 추천했는지 50년 동안 밝히지 않습니다. 올해 추천 기록은 빨라야 2076년에 열립니다.
- 열린 기록도 득표표로 읽으면 안 됩니다. 84번 추천받고 못 받은 물리학자가 있고, 한 번 추천받고 그해 받은 기술자가 있습니다.
이르면 내일 오후 6시 30분(한국 시간),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노벨 총회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이 하루씩 뒤를 잇습니다. 평화상은 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경제학상은 12일에 나옵니다. 이번 주 내내 우리는 '올해 노벨상 유력 후보'라는 기사를 보게 됩니다.
그런 기사를 읽으면 위원회 안에서 새어 나온 명단처럼 느껴집니다. 그럴 만합니다. 해마다 비슷한 이름이 오르내리니까요. 하지만 위원회는 후보를 한 명도 밝히지 않습니다. 기사 속 명단은 바깥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짐작해 만든 것입니다.
명단은 인용 횟수와 배당률로 만듭니다
과학 분야에서 언론이 자주 인용하는 명단은 학술정보 기업 클래리베이트가 냅니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17일 올해의 '피인용 우수 연구자(Citation Laureates)' 22명을 발표했습니다. 논문이 다른 연구자에게 얼마나 많이 인용됐는지를 주로 따져서 고른 사람들입니다. 올해 생리의학 쪽에는 당뇨와 비만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GLP-1 계열 약의 바탕을 연구한 과학자들이 올랐습니다.
이 명단을 믿을 만도 합니다. 2002년부터 클래리베이트가 꼽은 487명 가운데 89명이 실제로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열 명 중 두 명이 채 안 됩니다. 받은 사람도 이름이 오르고 몇 년 뒤에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도 이 명단이 특정 해의 수상자를 예측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밝힙니다. 언론이 그걸 '올해 유력 후보'로 바꿔 부를 뿐입니다.
문학상에는 그런 데이터도 없습니다. 그 자리를 영국 도박업체의 배당률이 채웁니다. 한림원이 후보를 미리 알리지 않으니, 우리 언론도 해마다 배당률 순위를 받아 씁니다.
진짜 명단은 빨라야 2076년에 열립니다
노벨재단 정관은 추천에 관한 정보를 50년 동안 공개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밝히지 못하게 막습니다. 누가 후보였는지, 누가 추천했는지, 위원회가 어떤 조사를 하고 어떤 의견을 냈는지가 모두 그 안에 들어갑니다. 올해 추천서는 빨라야 2076년에 열립니다. 지금 이 기사를 읽는 대학 신입생이 일흔 가까이 돼야 볼 수 있는 기록입니다. 실제로는 더 늦어지기도 합니다. 1974년 기록만 해도 반세기를 넘긴 최근에야 열렸습니다.
위원회는 추천을 생각보다 넓게 받습니다. 물리학상을 예로 들면, 해마다 세계 여러 대학의 교수와 역대 수상자 등 3,000명 안팎에게 추천 양식을 보냅니다. 여러 사람이 같은 이름을 적어 내므로, 추천된 이름은 해마다 250~350명쯤 됩니다. 물리학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데이비드 해빌랜드 스웨덴 왕립공대 교수는 2020년 무렵 한 인터뷰에서 위원회 안쪽 숫자를 들려줬습니다. 해마다 추천서가 500~550건 들어오고, 위원회는 외부 전문가에게 평가를 20~30건 맡긴다고 했습니다.
회사의 승진 심사를 떠올리면 이 구조가 쉽게 보입니다. 인사위원회에는 여러 부서에서 추천서가 들어옵니다. 추천서가 있어야 심사 대상에 오르지만, 추천서 장수로 승진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인사위원회는 따로 평판을 묻고 기록을 검토한 뒤 결정합니다. 그리고 누가 누구를 추천했는지는 바깥에 알리지 않습니다. 노벨상은 그 비밀을 50년 동안 지킵니다.
84번 추천받은 물리학자는 받지 못했습니다
봉인이 풀린 기록은 노벨재단이 '추천 아카이브'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올려 둡니다. 거기서 독일 이론물리학자 아르놀트 조머펠트의 이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원자 안에서 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하는 이론을 다듬은 사람입니다. 191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막스 폰 라우에가 1917년 처음 그를 추천했습니다. 양자론을 연 막스 플랑크도 여러 해에 걸쳐 그의 이름을 적어 냈습니다. 그렇게 1951년까지 받은 추천이 84건입니다.
그는 끝내 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1951년에도 추천서가 들어왔고, 그중 하나에는 "첫째 선택: 조머펠트"라고 적혀 있습니다. 반면 그가 가르친 제자들은 받았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이름을 배우는 하이젠베르크와 파울리입니다.
추천을 많이 받을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반대편 끝에 스웨덴 기술자 구스타프 달렌이 있습니다. 그는 등대와 부표의 불빛을 자동으로 켜고 끄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아카이브에 남은 그의 추천은 1912년 단 한 건이고, 그는 바로 그해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한 건이면 충분했습니다.
84건을 받은 사람은 떨어졌고, 1건을 받은 사람은 그해 붙었습니다.
노벨재단도 아카이브 이용 안내에 이 점을 직접 적어 두었습니다. 추천은 투표가 아니고, 추천 횟수는 수상과 관계가 없으니 숫자에 너무 주목하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승진 심사로 치면 추천서는 심사 대상에 올리는 문입니다. 문을 몇 번 두드렸는지는 결정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50년이 지나도 비어 있는 칸이 있습니다
봉인은 50년으로 끝나지도 않습니다. 물리학상과 화학상은 후보 가운데 한 명이라도 살아 있으면 그 추천 전체를 아카이브에서 빼고 공개합니다. 추천인이 살아 있으면 이름 자리에 'NN'이라고만 적습니다.
이 규정이 걸리는 유명한 사건이 있습니다. 1967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생 조슬린 벨(지금의 벨 버넬)은 전파망원경 기록지를 살피다 이상한 신호를 찾아냈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깜빡이는 신호였습니다. 빠르게 도는 중성자별, 이른바 펄서였습니다. 1974년 물리학상은 그의 지도교수 앤터니 휴이시와 전파천문학자 마틴 라일에게 돌아갔습니다. 발견한 학생이 빠졌다는 비판이 그 뒤로 수십 년 이어졌습니다.
올해 3월 예일대 물리학자 키아라 밍가렐리가 막 열린 1974년 추천 기록을 찾아봤습니다. 예일대 물리학과는 그 기록에 벨 버넬을 추천한 사람이 없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추천조차 없었다면 위원회만 탓할 일은 아니었다고 정리하면 이야기가 깔끔합니다.
그런데 벨 버넬은 지금 살아 있습니다. 규정대로라면 그의 이름이 들어간 추천서가 있었더라도 지금 아카이브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름이 없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지, 바깥에서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이번 주 우리가 읽을 '유력 후보'는 바깥에서 인용 횟수와 배당률을 세어 고른 이름들입니다. 위원회 안에서는 추천서를 표로 세지 않습니다. 추천서는 이름을 심사 대상에 올릴 뿐이고, 고르는 일은 위원들이 회의실에서 따로 합니다. 그 회의실 기록은 50년 넘게 열지 않습니다. 내일 나올 이름도 그 방에서 나옵니다.
출처·참고
- 출처 ↗ 노벨재단, 2026년 노벨상 발표 일정
- 출처 ↗ 노벨재단, 물리학상 추천과 선정 절차
- 출처 ↗ 노벨재단, 추천 아카이브 이용 안내
- 출처 ↗ 노벨 추천 아카이브, 아르놀트 조머펠트 항목
- 출처 ↗ 노벨 추천 아카이브, 구스타프 달렌 항목
- 출처 ↗ 클래리베이트 보도자료, Citation Laureates 2026 (2026.9.17, 나스닥 게재)
- 출처 ↗ Physics Today, Physics Nobel nominees, 1901–66
- 출처 ↗ 스웨덴 왕립공대(KTH), 데이비드 해빌랜드 인터뷰
- 출처 ↗ 예일대 물리학과, Nominations matter (2026.3.16)
- 출처 ↗ Mingarelli, C. M. F., Nominations matter, Nature Physics 22권 334~335쪽 (2026)
- 출처 ↗ 뉴시스, 올해 노벨문학상 후보는 누구? (20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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