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의 날 퍼레이드 10년 — 시작은 007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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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30일 (금)

문화·엔터멕시코시티

망자의 날 퍼레이드 10년 — 2015년엔 007 영화 속에만 있었습니다

내일 레포르마 대로를 지나는 해골 행렬은 관광객의 기대에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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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날 퍼레이드 10년 — 2015년엔 007 영화 속에만 있었다 — 수백 년 된 행렬처럼 보이지만, 멕시코시티 도심에 처음 나온 날은 2016년 10월 29일입니다. 올해는 10월 31일에 열립니다. (카드 1/6) 명절은 오래됐고, 행렬은 새것이다 — 망자의 날엔 집에 제단을 차리고 묘지에서 가족을 맞습니다. 새로 생긴 것은 그 무렵 도심을 지나는 해골 행렬 하나입니다. — 사진: 2018년 퍼레이드, 소칼로 광장 · 멕시코시티 정부 · CC0 (카드 2/6) 영화 제작진이 지어낸 행렬 — 「스펙터」 첫 장면에 해골 분장 엑스트라 1,000명과 구경꾼·경찰·군인 역 500명이 섰습니다. 광장엔 대형 제단이 있었지만, 해골 분장 행진은 없었습니다. — 엑스트라 1,500명 (카드 3/6) 4분짜리 장면에 걸린 세제 혜택 —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 측은 1,400만~2,000만 달러의 세제 혜택을 내걸고 악역은 멕시코인이면 안 된다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제작자는 대본을 고친 적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 4분짜리 장면, 1분에 350만 달러 안팎 (카드 4/6) "카니발을 발명해야 합니다" — 영화를 본 사람들이 찾으러 올 텐데, 와서 못 찾을 테니까요. 2016년 10월 29일 첫 퍼레이드에는 영화 의상이 그대로 나왔습니다. 「코코」는 그 1년 뒤에 나왔습니다. (카드 5/6) 사는 사람이 생겨서 남은 행렬 — 2017 · 지진 한 달 뒤, 구조에 나섰던 30명가량이 해골 분장을 하고 맨 앞에 섰습니다. / 2025 · 시 정부 집계 145만 명이 나왔습니다. / 2026 · 6월, 시는 월드컵 손님 앞에 이 행렬을 다시 꺼냈습니다. (카드 6/6)

내일(10월 31일) 오후 2시, 멕시코시티 중심가 레포르마 대로에 해골 행렬이 지나갑니다. 거대한 해골 인형을 실은 수레가 줄지어 가고, 얼굴을 하얗게 칠한 사람들이 그 사이에서 춤을 춥니다. 이번 주말 우리 피드에 올라올 영상만 보면 수백 년 이어 온 행렬로 보일 만합니다.

이 행렬이 처음 거리에 나온 날은 2016년 10월 29일입니다. 올해로 10년입니다. 그보다 한 해 전에는 영화 속에만 있었습니다. 2015년 가을 개봉한 007 영화 「스펙터」의 첫 장면입니다.

명절이 새로 생겼다는 말은 아닙니다. 망자의 날(Día de Muertos)은 오래된 명절입니다. 해마다 11월 1일과 2일이면 멕시코 사람들은 집에 제단을 차립니다. 묘지를 찾아 세상을 떠난 가족을 맞습니다. 새로 생긴 것은 그 무렵 도심을 지나는 해골 행렬, 곧 망자의 날 대퍼레이드 하나입니다.

이 행렬은 우리 동네에도 서는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같은 순서로 생겼습니다. 분양하는 회사는 돈을 들여 보여 줄 집부터 짓습니다. 그 집을 보고 계약한 사람에게는 진짜 집을 지어 줘야 합니다. 멕시코의 모델하우스는 영화 속에 먼저 섰습니다.

2015년 3월, 소칼로 광장의 1,500명

2015년 3월, 멕시코시티 중앙 광장인 소칼로에 해골 분장을 한 엑스트라 1,000명이 줄지어 섰습니다. 구경꾼과 경찰, 군인 역을 맡은 500명이 광장을 더 채웠습니다. 샘 멘데스 감독이 「스펙터」의 첫 장면을 찍던 무렵입니다. 제임스 본드가 축제 인파를 헤치고 암살범을 쫓다가 광장 위 헬리콥터에 매달리는 몇 분짜리 장면입니다.

007 공식 계정이 공개한 촬영 영상에서 제작진은 1,500명의 분장을 75분 만에 끝냈다고 말합니다. 1분에 20명꼴입니다. 해골 장식을 얹은 수레는 10대였고, 가장 높은 것은 11미터, 아파트 4층 높이쯤이었습니다.

이 장면에는 따라 찍을 실물이 없었습니다. 소칼로 광장에는 2000년 무렵부터 망자의 날 대형 제단이 섰습니다. 2007년부터는 민속예술박물관이 종이로 빚은 환상 동물 알레브리헤(alebrije)를 집채만 하게 만들어 끌고 다니는 행렬도 열었습니다. 그러나 해골 분장을 한 수천 명이 도심을 행진하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그 모습은 영화 제작진이 지어냈습니다.

촬영 전에 오간 이메일

이 장면이 왜 멕시코시티였는지에는 돈 이야기가 붙어 있습니다. 2014년 말 해커들이 소니픽처스를 뚫고 내부 이메일을 대량으로 인터넷에 풀었습니다. 미국의 조세 전문 매체 택스 애널리스츠가 2015년 3월 이 이메일을 분석해 보도했습니다.

예산이 불어나 비용 줄일 길을 찾던 「스펙터」에 멕시코 측이 최소 1,400만 달러, 최대 2,000만 달러의 세제 혜택을 내걸었다는 내용입니다. 대신 나라 이미지에 관한 조건이 붙었습니다. 악역은 멕시코인이면 안 됐습니다. 암살범이 노리는 사람도 멕시코시티 시장이 아니라 국제 지도자여야 했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멕시코 여배우를 쓰고, 도심의 현대식 건물은 하늘에서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원래 대본의 격투 장면은 장소도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멕시코 측이 이 장면을 망자의 날 추격전으로 바꾸길 원한 정황도 이메일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4분
택스 애널리스츠가 밝힌 멕시코시티 장면의 길이. 최소 금액으로 나눠도 1분에 350만 달러 안팎입니다.

영화가 돈을 받고 대본을 고쳤다면 우리로서는 불편할 만합니다. 다만 제작자 마이클 G. 윌슨은 대본에 원래 없던 것은 하나도 없다며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촬영하는 곳마다 세제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어느 쪽 말이 맞든 멕시코 당국은 세계 관객 앞에 자기 도시가 어떻게 나올지에 공을 들였습니다. 모델하우스 공사비 일부를 멕시코가 댄 셈입니다.

1년 뒤 걸려 온 전화

영화는 2015년 가을 전 세계 극장에 걸렸습니다. 멕시코 관광청 대표 루르데스 베르오는 이듬해 AP 통신에 영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스펙터」가 67개국에서 수백만 명에게 상영되면서, 멕시코에 그런 행사가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엔리케 데 라 마드리드 관광장관은 에둘러 말하지 않았습니다. 독일 dpa 통신이 전한 발언입니다.

"망자의 날 카니발을 발명해야 합니다. 제임스 본드 영화를 본 사람들이 카니발을 찾으러 올 텐데, 와서 못 찾을 테니까요."

모델하우스를 보고 계약하러 올 사람에게 줄 집이 필요해진 겁니다. 다행히 재료는 이미 있었습니다. 「스펙터」의 멕시코 촬영분 의상은 안나 테라사스가 맡았습니다. 영화 전체의 의상 디자이너 재니 테밈 아래에서 70명가량을 모아, 그 짧은 장면 하나에 6개월을 들였습니다. 드레스와 정장, 가면을 모두 새로 만들었습니다. 테라사스는 뒤에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에서 의상 디자이너를 맡은 사람입니다.

테라사스는 한 인터뷰에서 영화가 나온 이듬해 정부에서 전화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영화용으로 만든 의상을 써도 되겠느냐는 전화였습니다. 그 의상은 첫 퍼레이드에 그대로 나왔습니다. 시 정부 말도 같습니다. 행사 전 보도자료에 영화의 소품과 의상을 다시 쓴다고 적었습니다. 영화 속 행렬을 입혔던 옷이 이번에는 진짜 행렬을 입혔습니다.

2016년 10월 29일 토요일, 첫 퍼레이드가 독립기념탑에서 소칼로까지 행진했습니다. 미겔 앙헬 만세라 당시 시장은 그날 25만 명에게 감사한다고 트위터에 썼습니다.

「코코」보다 1년 먼저

여기까지 들으면 반론이 둘쯤 떠오를 만합니다. 하나는 「코코」입니다. 픽사의 이 애니메이션도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했고, 이 영화를 보고 멕시코를 찾았다는 가족도 있습니다. 지난해 퍼레이드를 취재한 EFE 기사에도 아이들이 「코코」를 좋아해서 왔다는 관광객이 나옵니다.

그런데 순서가 다릅니다. 「코코」는 2017년 10월 말 멕시코에서 먼저 공개됐습니다. 첫 퍼레이드보다 1년 늦습니다. 리 언크리치 감독은 2011년 9월에 이 영화를 기획했습니다. 제작진은 멕시코 가정에 머물며 명절을 지켜봤습니다. 그래서 「코코」 속 산 사람들의 망자의 날은 도심 행렬이 아니라 가상의 마을 산타세실리아의 집 제단과 묘지입니다. 「스펙터」는 없던 거리 축제를 보여 줬고, 「코코」는 원래 있던 집안 명절을 보여 줬습니다.

다른 하나는 결국 가짜 전통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첫해 멕시코 안에서도 그런 말이 나왔습니다. 퍼레이드 당일 트위터에는 외국 영화가 우리 전통을 기념하는 법까지 알려 준다니 부끄럽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인류학자 가브리엘라 토레스 라모스는 논문에서 더 날 선 비판을 소개합니다. 폭력으로 수십만 명이 죽어 가는 나라가 죽음을 카니발로 만든다는 비판입니다.

반대편에는 미술사학자 베카 덩컨이 있습니다. 덩컨은 망자의 날 자체가 스페인 정복 이전부터 내려온 전통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11월 1일과 2일은 가톨릭 달력의 모든 성인의 날과 위령의 날입니다. 그래서 그는 영화를 보고 퍼레이드를 만든 일을 크게 탓하지 않습니다. 모든 전통은 누군가 만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해, 행렬 맨 앞의 구조대원들

이듬해에는 이 행렬의 쓰임새가 바뀌었습니다. 2017년 9월 19일, 규모 7.1의 지진이 멕시코시티를 흔들었습니다. 300명 넘게 숨졌습니다. 두 번째 퍼레이드는 그로부터 한 달 남짓 뒤인 10월 28일이었습니다.

행렬 맨 앞에는 구조 현장에 나갔던 군인과 자원봉사자 30명가량이 해골 분장을 하고 섰습니다. 길가에서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제작진의 파울라 슐렙퍼는 AFP 통신에 모두가 살아남지는 못했다며, 축제로만 끝나지 않는 추모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해 소칼로의 대형 제단도 지진 희생자에게 바쳐졌습니다. 영화에서 빌려 온 행렬이 두 번째 해에는 진짜로 떠난 사람들을 맞는 자리가 됐습니다.

올해 6월의 퍼레이드

행렬은 그 뒤로 이 도시의 가을 일정이 됐습니다. 지난해 퍼레이드에는 시 정부 집계로 145만 명이 나왔습니다. 올해는 망자의 날이 11월을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월드컵 개막 이틀 뒤인 6월 13일, 시 정부는 레포르마 대로에서 월드컵 대퍼레이드를 열고 그 한가운데에 망자의 날을 놓았습니다. 세상을 떠난 축구 전설들에게 바치는 제단 수레가 지나갔습니다. 해골 귀부인 카트리나로 꾸민 50명도 함께 행진했습니다. 시 문화부 장관 아나 프란시스 로페스 바이겐은 망자의 날 주말이 이 도시에 방문객이 가장 많이 오는 때라서 이 주제를 골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날 20만 명 넘게 모였습니다.

2015년, 세계 관객에게 보여 줄 멕시코의 집이 영화 속에 먼저 섰습니다. 그 집을 보고 찾아올 손님을 위해 멕시코는 이듬해 같은 옷으로 진짜 집을 지었습니다. 그다음 해, 지진으로 이웃을 잃은 시민들이 그 집에서 그들을 기렸습니다. 관광객을 위해 지은 집이 시민의 집이 됐습니다. 올여름 이 도시는 그 집을 다시 모델하우스로 꺼내 월드컵 손님에게 보였습니다. 이 행렬은 오래돼서 남은 것이 아닙니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생겨서 남았습니다.

출처·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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