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주간 — '나이트메어'의 '메어'는 암말이 아니었습니다

Woody Magazine

뉴스가 아닌 것들을 씁니다

2026년 10월 28일 (수)

어원 한 단어

핼러윈 주간 — '나이트메어'의 '메어'는 암말이 아니었습니다

고대 영어의 '메어'는 잠든 사람 가슴에 올라앉는 존재였습니다. '아무 나쁜 꿈'이라는 뜻은 19세기에야 자리 잡았습니다.

한눈에 보기

이 글을 카드 6장으로 정리했습니다.옆으로 넘겨 보세요 →

'나이트메어'의 '메어'는 암말이 아니었다 — 고대 영어의 '메어'는 잠든 사람 가슴에 올라앉는 존재였습니다. '아무 나쁜 꿈'이라는 뜻은 19세기에야 자리 잡았습니다. (카드 1/6) 커튼 사이로 말 머리가 들어왔다 — 전기 작가의 기록으로는 밑그림에 없던 말입니다. 미술사가들은 제목을 가지고 논 말장난으로 봅니다. — 사진: Henry Fuseli, The Nightmare, 1781, oil on canvas. Detroit Institute of Arts, Founders Society Purchase with funds from Mr. and Mrs. Bert L. Smokler and Mr. and Mrs. Lawrence A. Fleischman, 55.5.A · 퍼블릭 도메인 (카드 2/6) 메어는 사람 위에 올라앉았다 — 7세기 말 · 어휘집이 '위에 눕다'에서 온 라틴어 '인쿠바'를 '메어'로 풀었습니다. / 10세기 · 의서 처방: "사람에게 메어가 올라타면" / 1300년 무렵 · '나이트메어'라는 합성어가 처음 보입니다. (카드 3/6) 같은 단어가 세 가지를 가리켰다 — 1300년 무렵 · 밤에 가슴에 올라앉는 존재 / 1562년 · 그 존재가 일으키는 숨 막힘 / 19세기 초 · 무섭고 불쾌한 꿈 전부 (카드 4/6) 열세 명 가운데 한 명꼴 — '메어'가 일으킨다던 그 짓눌림을 의학에서는 수면 마비라고 부릅니다. 평생 한 번 이상 겪은 일반인 비율입니다. — 7.6% (카드 5/6) 글자는 남고 뜻이 바뀌었다 — 홀로 쓰던 '메어'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그 글자를 암말로 읽었습니다. 1828년 노아 웹스터가 nightmar로 고쳐 쓰자고 했지만, 이 철자는 퍼지지 못했습니다. (카드 6/6)

1781년 스위스 출신 화가 헨리 퓨젤리가 「악몽」을 그렸습니다. 한 여자가 침대 밖으로 머리를 떨군 채 잠들어 있습니다. 가슴 위에는 털 난 작은 괴물이 쪼그려 앉았습니다. 커튼 사이로는 눈동자 없는 말 머리가 불쑥 들어와 있습니다.

그림의 영어 제목은 '나이트메어(nightmare)'입니다. 영어로 암말을 '메어(mare)'라고 하니,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밤에 찾아오는 암말이라고 읽으면 이야기가 깔끔합니다.

그런데 이 '메어'는 암말이 아닙니다. 나이트메어는 원래 꿈을 가리키는 말도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무서운 꿈을 '악몽'이라 부르는 그 뜻은 한참 뒤에야 붙었습니다.

이 단어는 오래된 가게 간판과 닮았습니다. 간판 글자는 700년 넘게 거의 그대로입니다. 그 아래에서 판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그사이 지나가던 사람들은 간판 글자를 자기가 아는 말로 고쳐 읽었습니다.

고대 영어의 '메어'는 사람 위에 올라앉았습니다

'메어'는 영어가 글로 남기 시작할 무렵부터 있었습니다. 7세기 말의 에피날 어휘집은 라틴어 낱말 옆에 고대 영어 뜻을 달아 둔 책입니다. 이 책은 라틴어 '인쿠바(incuba)'를 '메어'로 옮겼습니다. 인쿠바는 '위에 눕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헬싱키대 연구자 앨러릭 홀은 2007년 논문에서 이 풀이 등을 근거로, 메어가 언제나 여성으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처방도 남아 있습니다. 10세기 중반 이전에 베껴 쓴 『발드의 의서』에 그 대목이 있습니다. 첫 구절이 "사람에게 메어가 올라타면"입니다. 루피너스와 마늘, 베토니, 유향을 새끼 사슴 가죽에 싸서 지니게 하라는 내용입니다.

북유럽에서는 같은 존재를 '마라'라고 불렀습니다. 아이슬란드 역사가 스노리 스투를루손은 1225년 무렵 『잉글링가 사가』를 썼습니다. 여기에 마라에 밟혀 죽은 왕이 나옵니다. 전설 속 스웨덴 왕 반란디는 아내 드리파에게 3년 안에 돌아오겠다고 했습니다. 10년이 지나도 그는 오지 않았습니다. 드리파는 마녀를 사서 왕을 불러들이든 죽이든 하게 했습니다.

왕은 잠든 지 얼마 안 돼 마라가 자기를 밟는다고 소리쳤습니다. 신하들이 머리 쪽을 붙들자 마라는 다리를 짓밟았습니다. 다리 쪽으로 옮겨 가자 이번에는 머리를 눌러 숨을 끊었습니다.

영어에 '나이트메어'라는 합성어가 처음 보이는 건 1300년 무렵입니다. 성인들의 삶을 엮은 『남부 잉글랜드 성인전』의 성 미카엘 대목입니다. 악한 영들이 잠든 사람을 해치고 그 위에 올라 눕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나이트메어라 부른다고 적었습니다. 간판이 처음 걸렸을 때 그 아래 있던 건 꿈이 아니었습니다. 밤에 와서 가슴에 올라앉는 무언가의 이름이었습니다.

16세기, 이름이 존재에서 증상으로 옮겨 갔습니다

16세기 들어 이 말은 올라앉는 존재보다 그것이 일으키는 숨 막힘을 가리키기 시작합니다. 1562년 영국의 식물학자이자 의사 윌리엄 터너가 펴낸 약초서에 그 용례가 있습니다. "밤의 메어가 목을 조르는 데 잘 듣는 처방"입니다. 간판 아래 물건이 처음 바뀌었습니다. 17세기에는 그런 숨 막힘이 따르는 나쁜 꿈도 이 말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위눌려 본 사람이라면 이 변화가 이해가 갑니다. 우리가 겪어 보면 그건 꿈이라기보다 짓눌림입니다. 정신은 깼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가슴 위에 무언가 얹힌 것 같습니다. 의학에서는 이를 수면 마비라고 부릅니다. 꿈을 주로 꾸는 렘수면 동안 풀려 있던 근육이, 의식이 깨어난 뒤에도 한동안 풀린 채로 남는 상태입니다.

7.6%
평생 한 번 이상 수면 마비를 겪은 일반인 비율. 열세 명 가운데 한 명꼴입니다. 35개 연구를 모은 2011년 분석에서 일반인 1만 8,330명을 기준으로 낸 수치입니다.

같은 분석에서 학생은 28.3%였습니다. 넷 가운데 하나가 넘습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사람이 1,300년 전 앵글로색슨 사람들이 '메어'라 부른 것과 같은 경험을 하는 셈입니다. 그림을 소장한 디트로이트 미술관의 참고문헌 목록에는 미국의사협회지에 실린 글도 올라 있습니다. 제목이 「헨리 퓨젤리, 악몽, 그리고 수면 마비」입니다.

다른 나라 말들도 같은 느낌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프랑스어 '코슈마르(cauchemar)'는 '누르다, 밟다'라는 옛 동사에 같은 뿌리의 '마르'가 붙은 말입니다. 스페인어 '페사디야(pesadilla)'는 '무게'에 '작다'는 뜻의 꼬리가 붙은 말입니다. 스페인 왕립 학술원 사전에는 옛말 '페사다'가 아직 실려 있습니다. 뜻은 '잠잘 때 가슴이 눌리고 숨쉬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한의사 이상곤은 한의학이 이 증상을 '귀염(鬼魘)', 곧 귀신이 누르는 증상으로 봤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말은 그 무게를 아예 동사에 담았습니다. 가위에 '눌린다'고 하니까요.

암말은 처음부터 다른 단어였습니다

그렇다고 밤의 암말로 읽은 사람들을 탓하기는 어렵습니다. 암말 쪽 단어도 사연이 복잡했습니다. 고대 영어에는 '말'을 뜻하는 mearh와 '암말'을 뜻하는 mīre가 따로 있었습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오늘날의 mare를 이 둘이 합쳐진 말로 봅니다. 철자는 '말' 쪽에서, 뜻은 '암말' 쪽에서 왔습니다. 중세를 지나며 암말과 밤의 괴물이 같은 철자 mare로 모였습니다.

그러다 괴물 쪽 '메어'가 혼자서는 쓰이지 않게 됩니다. 단독으로 쓰던 '메어'는 17세기 무렵까지 보이다 사라졌습니다. 남은 자리는 nightmare 안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남은 '메어'를 자기가 아는 mare, 곧 암말로 읽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간판 글자를 고쳐 읽은 겁니다.

퓨젤리의 말 머리도 이 대목에서 다시 보입니다. 그의 친구이자 전기 작가 존 놀스는 밑그림에 말이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말은 전시 전에 더해졌습니다. 미술사가들은 이 말을 제목을 가지고 논 그림 속 말장난으로 봅니다. 그림은 1782년 런던 왕립 아카데미 전시에서 이름을 얻었고, 이듬해 판화로 찍혀 널리 퍼졌습니다.

'아무 나쁜 꿈'이라는 뜻은 19세기에야 붙었습니다

1828년 노아 웹스터가 펴낸 『미국 영어 사전』은 mare 항목에 두 뜻을 나란히 싣습니다. 첫째는 암말입니다. 둘째는 잠결에 배를 누르는 듯한 무기력과 답답함입니다. 그리고 둘째 뜻 뒤에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지금은 nightmare라는 합성어에만 쓰이는데, 이 말은 nightmar로 써야 옳다.

그럴 만합니다. e 하나만 떼면 암말과 갈라지니까요. color 같은 미국식 철자를 밀어붙인 사람다운 제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철자는 퍼지지 못했습니다.

정작 그 무렵 간판 아래에서는 세 번째 물건이 자리를 넓히고 있었습니다. 17세기의 꿈은 숨 막힘이 따르는 꿈에 한정됐습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이 말이 무섭고 불쾌한 꿈 전부로 넓어진 때를 19세기 초로 봅니다. 그 용례 가운데 하나가 『아이반호』를 쓴 스코틀랜드 작가 월터 스콧의 1826년 11월 일기입니다. 끔찍한 꿈에서 깨어난 그는 "한마디로 나이트메어를 겪었다"고 적었습니다. 1830년대에는 '아주 괴로운 일'이라는 뜻까지 붙었습니다. 우리가 '출근길이 악몽이었다'고 할 때 쓰는 뜻입니다.

나이트메어는 가슴이 눌려 움직이지 못하는 밤을 설명하려고 붙인 이름이었습니다. 밤에 올라앉는다던 존재, '메어'가 따로 쓰이지 않게 되자 사람들은 간판 글자를 암말로 읽었습니다. 간판 아래에는 어느새 꿈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사전이 글자를 고쳐 달자고 했지만 간판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간판은 바뀌지 않습니다. 안에 든 것이 바뀝니다.

출처·참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