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거짓말, 통계』 속편 — 원고료는 담배업계가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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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9일 (화)

인문학2026년 9월 29일

58년 전 멈춘 『새빨간 거짓말, 통계』 속편 — 원고료는 담배업계가 냈습니다

담배업계는 반박을 업계 밖의 목소리로 들려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세 줄 요약

  1. 멘톨 담배 금지안에 들어온 의견 17만 5천 건 가운데 97%가 같은 문구의 서식 편지였다는 연구가 지난주 미국에서 보도됐습니다.
  2. 60년 전 같은 업계는 『새빨간 거짓말, 통계』의 저자 대럴 허프에게 돈을 대고 속편 『담배 통계로 거짓말하는 법』을 쓰게 했습니다.
  3. 허프 한 사람을 탓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업계는 논리에도, 그 논리를 바깥사람의 말처럼 들리게 해 줄 목소리에도 돈을 냈습니다.

지난 25일 미국 의료 전문매체 STAT에 기사 하나가 실렸습니다.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멘톨 담배를 금지하겠다며 공개 의견을 받았더니, 석 달 동안 17만 5천 건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중 97%가 같은 문구를 돌려 쓴 서식 편지였습니다. 럿거스대 연구진이 지난달 의학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낸 분석입니다.

연구진이 문구를 대조해 보니, 서식 편지의 절반 가까이가 담배 회사 레이놀즈 아메리칸과 알트리아의 캠페인으로 이어졌습니다. 자기 말로 쓴 의견은 전체의 2%였습니다. 미국 정부는 2024년 4월 금지안을 무기한 미뤘습니다.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견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듬해 FDA는 안건을 아예 거둬들였습니다.

97%
FDA 멘톨 담배 금지안 의견 17만 5,285건 중 서식 편지 비율

수많은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우리는 흔들립니다. 그럴 만합니다. 의견이 한쪽으로 몰리면 거기에 뭔가 이유가 있으리라 짐작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 목소리를 누가 모았는지 모를 때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말이 하나 있습니다. 뒷광고입니다. 돈을 받고 제품을 추천하면서 광고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는 일을 말합니다. 뒷광고는 보는 사람이 그 추천에 돈이 걸려 있지 않다고 믿을 때 통합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유료 광고 포함' 한 줄이 붙으면 무게가 달라집니다.

담배업계는 60년 전에도 이 원리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때 업계가 돈을 댄 것은 편지 17만 장이 아니라 이름 하나였습니다.

1964년, 업계가 고른 이름

1964년 1월 미국 공중위생국장이 보고서 『흡연과 건강』을 냈습니다. 공중위생국장은 미국 연방 공중보건 업무를 이끄는 자리입니다. 보고서는 동물 실험과 인구 집단 조사를 묶어, 흡연이 사망률을 크게 높인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의회에는 담뱃갑에 경고 문구를 붙이는 법안이 올라왔습니다.

업계는 보고서가 엉성한 통계에 기대고 있고, 통계만으로는 원인을 증명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하지만 같은 말도 담배 회사 입에서 나오면 변명으로 들리기 쉽습니다.

업계가 고른 사람은 대럴 허프였습니다. 1954년 『새빨간 거짓말, 통계』(How to Lie with Statistics)를 쓴 저자입니다. 숫자로 사람을 속이는 방법을 삽화와 농담으로 풀어낸 얇은 책인데, 대학 강의에 곧바로 쓰였고 지금까지 절판된 적이 없습니다. 우리말로도 같은 제목으로 나와 있습니다.

허프는 통계학자가 아니었습니다. 잡지 편집자 출신 프리랜서 기자였고, 통계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대신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 쓸 줄 알았고, 이 책 한 권으로 통계 분야에서 이름난 사람이 됐습니다. 1964년 업계는 그에게 가제 「흡연 반대론의 구멍들」이라는 소책자를 맡겼습니다. 의회 주요 위원회와 업계 변호사들에게 돌릴 자료였습니다.

1965년 3월 22일, 황새 이야기

1965년 3월 22일 허프는 담뱃갑 표시와 광고 규제를 다루는 상원 상업위원회 청문회에 섰습니다. 그는 공중위생국장 보고서의 허점을 짚으며 일화를 곳곳에 섞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황새였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지붕 위 황새 둥지 수와 그 집 아이 수가 같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입니다. 황새가 아이를 물어 온 게 아닙니다. 식구가 많은 집은 크고, 큰 집에는 둥지를 틀 자리가 많을 뿐입니다.

청문회장에서 모린 뉴버거 상원의원이 이 이야기를 되물었습니다. 오리건주 출신으로, 담뱃갑 경고 문구 법안을 앞장서 낸 의원이었습니다.

흡연과 질병을 잇는 통계가 황새 같은 이야기만큼 느슨한 관계라고 정말 생각하십니까?

허프는 둘이 같아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두 현상이 함께 움직인다고 해서 한쪽이 다른 쪽의 원인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허프가 책에서 가르친 내용이고, 우리가 통계 수업 첫 주에 배우는 내용입니다. 원칙에는 흠이 없었습니다. 흠은 그 원칙을 어디에 갖다 댔느냐에 있었습니다. 흡연과 폐암을 잇는 결론은 수백 건의 연구가 조금씩 쌓아 올린 것이었습니다.

이 일을 2014년 영국 왕립통계학회 잡지 『시그니피컨스』에 정리한 사람은 당시 카네기멜런대 통계학 박사과정생이던 알렉스 라인하트입니다. 그는 허프에게 전체를 무너뜨릴 필요가 없었다고 짚었습니다. 연구 하나하나에 자잘한 의심을 붙이기만 하면 충분했습니다.

속편과 원고료

청문회는 성공적이었던 모양입니다. 허프는 곧 소책자를 책으로 키웠습니다. 제목은 자기 베스트셀러를 그대로 비튼 『담배 통계로 거짓말하는 법』(How to Lie with Smoking Statistics)이었습니다. 원고료는 업계 특별 계정에서 나갔고, 출판을 할지 말지는 업계 쪽 위원회가 정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1965년 11월 업계 내부 메모에 적힌 조건입니다.

1968년 1월 업계 경비 보고서에는 허프에게 9,000달러를 줬고 1,000달러를 더 줘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해 미국 가족 소득의 중간값은 8,630달러였습니다. 몇 해에 걸쳐 나눠 받은 돈이라 해도, 허프는 이 일 하나로 보통 집이 한 해 버는 것보다 많이 벌었습니다.

1968년, 한 줄의 고지 문구

1968년 봄, 업계에 곤란한 일이 터졌습니다. 잡지 『트루』와 『내셔널 인콰이어러』에 실린 흡연 옹호 기사는 독립 기고처럼 보였지만 업계 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기사를 익명으로 의원과 유명 인사들에게 우편으로 돌린 것도 업계 쪽이었습니다. 여론이 나빠졌습니다. 연방거래위원회도 조사에 나섰습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업계 변호사들은 허프의 원고 서문에 넣을 문구를 내놓았습니다. 뒷광고에 '유료 광고 포함'을 붙이는 셈이었습니다.

흡연과 건강에 관한 통계 자료를 저자가 처음 조사할 수 있었던 것은 담배업계의 지원금 덕분이다. 논의와 결론은 전적으로 저자의 것이다.

문구에는 지원금 이야기만 있었습니다. 책을 낼지 말지를 업계가 정한다는 조건은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책을 내겠다고 나선 곳은 미국 대형 출판사 맥밀런이었습니다. 맥밀런은 먼저 원고를 바깥 통계학자에게 보였습니다. 검토를 맡은 시카고대 통계학 교수 K.A. 브라운리는 출판사의 명예가 될 원고라고 평했습니다. 브라운리도 이미 업계의 유급 자문역이었습니다. 그해 5월 맥밀런은 책을 내기로 했습니다.

7월, 업계 쪽은 허프가 돈을 받고 의회에서 증언했다고 맥밀런에 알렸습니다. 맥밀런은 원고 지원금 말고도 관계가 있었느냐며 놀랐고, 설명을 요청했습니다. 업계 홍보대행사 타이더록은 "그리 깊지 않은 관계"라고 답했습니다. 출간 준비는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9월에는 양장본을 먼저 찍고 페이퍼백 10만 부를 뒤이어 내기로 합의했습니다.

11월, 맥밀런이 최종 계약서를 보낼 참이던 무렵 출간 준비가 갑자기 멈췄습니다. 이유를 밝힌 기록은 없습니다. 원고와 편지는 30년 뒤에야 세상에 나왔습니다. 1998년 미국 주 정부들과 담배회사들이 소송을 끝내며 맺은 합의로 업계 내부 문서 수천만 쪽이 공개됐을 때입니다. 허프는 2001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름 하나와 편지 17만 장

허프의 속편과 지난주의 서식 편지는 규모가 다릅니다. 한쪽은 이름난 저자 한 사람이었고, 다른 쪽은 이름 없는 편지 17만 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둘이 한 일은 같습니다. 업계가 만든 문장은 업계 밖의 목소리로 들릴 때 힘을 얻었습니다.

편지가 만들어진 과정은 같은 럿거스 연구 프로젝트의 앞선 분석에 나옵니다. 담배회사들은 의견 수렴 기간에 고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회사가 운영하는 사이트로 안내했습니다. 사이트는 미리 써 둔 주장 목록에서 문장을 골라 편지를 만들고, 그 편지를 FDA에 제출했습니다. 보낸 사람은 실제 소비자였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문장은 회사가 조립했습니다. 연구진은 편지 대부분에 신원 정보가 없어서 실제 시민이 보낸 의견인지 알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우리가 목소리의 수를 셀 때, 그 목소리를 누가 모았는지는 대개 보이지 않습니다.

1968년 업계 변호사들은 허프의 서문에 '업계 지원' 한 줄을 넣자고 했습니다. 그 책은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난주 보도된 편지 17만 장 대부분에는 보낸 사람조차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뒷광고는 광고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값이 떨어집니다. 60년 사이 달라진 건 감추는 방법이었습니다.

출처·참고

  • 출처 ↗ Alex Reinhart, "Huff and puff", Significance 11(4), 2014
  • 출처 ↗ Alex Reinhart, "Huff and puff" 프리프린트 전문(2014)
  • 출처 ↗ Alex Reinhart, "The history of How to Lie with Smoking Statistics" — UCSF 담배업계 문서 원문 목록(2014)
  • Robert N. Proctor, Golden Holocaust,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12
  • U.S. Senate Committee on Commerce, Cigarette Labeling and Advertising 청문회 기록, 1965년 3월 22일~4월 2일
  • 출처 ↗ Jason McLure, "How Big Tobacco flooded the FDA with public comments to kill a menthol cigarette ban", STAT, 2026년 9월 25일
  • 출처 ↗ Rutgers University, "Tobacco Companies Flooded Federal Comment Process That Stalled Menthol Cigarette Ban", 2026
  • 출처 ↗ U.S. Census Bureau, "Average Family Income Up 8 Percent in 1968" (P60-63), 1969
  • Andrea C. Villanti 외, "Public Comments and Federal Rulemaking for Menthol Cigarettes and Flavored Cigars", JAMA Network Open,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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